“30권 다 읽었어. 진작 다 보고 3번씩 더 봤지.” 지난 2일 옥천 팔산마을에 할머니도서관이 자리 잡자 가장 열광한 이는 마을주민 박순옥(74) 할머니다. 팔산마을의 최고 독서광 박 할머니는 며칠 만에 책 30권을 모두 읽었다.할머니의 열성에 지난 9일엔 큰 활자로 나온 소설 5권이 도서관에 추가로 배치됐다. 박 할머니는 송장근 면장이 잠깐 읽어준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벌써 손에 잡고 독서 삼매경이다.박 할머니는 학교 졸업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산이국민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이듬해 9살 6․
황산면 성만리 마을회관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지난 10일 해남우리신문의 할머니 도서관이 자리한 이곳에 최순덕 자원봉사자가 마당극 같은 대사로 책을 읽어줬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정말 재밌다며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 보챘고 최순덕씨는 이날 3권의 책을 읽어드려야 했다.
담담히 책 읽어주는 옥천 송장근 면장레크리에이션과 책을 결합한 강영심 강사 “나는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언젠가 선배교수가 연구소를 찾아 왔을 때 일이다….”옥천면 팔산마을노인정에서는 지난 9일 굵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는 옥천면 송장근 면장의 목소리였다.지난 2일 팔산마을에 ‘은빛책날개’ 할머니도서관이 자리 잡자 송 면장은 자신이 먼저 책을 읽어주겠다며 할머니들과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9일 할머니도서관에 새로 꼽힌 책 『나는 죽
해남우리신문 농촌할머니 도서관자원봉사자들이 그림책 읽어준다배우지 못해 한이 된 농촌할머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내면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소녀다운 상상력과 감성을 끄집어 낼 그림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들이 농촌마을회관을 누비고 있다.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농촌 할머니들에게도 하루 단 5분이라도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추진한 마을회관 그림책 배달사업에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현재 그림책이 배달되는 마을은 10개, 10개 마을에 그림책을 읽어줄 자원봉사자는 12명이다. 이들 12명의 자원봉사자
정월대보름 이틀전인 지난 3일, 해남우리신문의 은빛책날개 강사가 북일 삼성리 경로당을 찾았다. 할머니들은 마을대보름 굿에 필요한 나물 손질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김미화 강사가 읽어주는 옛 이야기 책에 푹 빠진다.
[해남우리신문 '은빛책날개']이번엔 해남읍 고도리경로당, 이야기 강사는 이미향씨할머니 이야기 들으며 실뜨기 놀이로 옛 추억도 찾고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늘 붐비던 고도리 경로당도 보름 쇠러간 사람들이 빠져나가 모처럼 조용하다.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은빛책날개’가 고도리에도 자리 잡았다. 이젠 마을경로당의 풍경이 돼버린 책들이 할머니들의 손길을 간간히 받는다.지난 4일 책을 읽어줄 이야기 선생님 이미향 씨와 함께 고도리경로당을 찾았다. 앞으
해남읍 부호리 마을회관 찾은 해남우리신문 ‘은빛책날개’ 할머니들, 이야기 들으며 웃으랴 눈물 훔칠라 바쁘다 바빠 예전엔 교통편이 워낙 안 좋아 장가가기도 어려웠다는 해남읍 부호리. 명절을 앞두고 한산한 부호리 마을회관에 지난 13일 마을도서관이 자리 잡았다.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며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세 번째 ‘은빛책날개’다. 해남공공도서관(관장 박은정)은 이번에도 어르신들이 읽기 쉽도록 그림이 많고 활자가 큰 책을 준비했고 해남우리신문은 마을회관에 30여권의 책을 비치했다. 그
북평면 오산 여자노인정 찾은 ‘은빛책날개’ 할머니들, 책 볼라 화투 칠라 바쁘다 바빠 계곡면 황죽마을에 이어 지난 7일 북평면 오산마을 여자노인정에 마을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며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두 번째 ‘은빛책날개’다.해남공공도서관(관장 박은정)은 이번에도 어르신들이 읽기 쉽도록 그림이 많고 활자가 큰 책을 준비했고 해남우리신문은 노인정에 30여권의 책을 비치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노인정을 다시 찾았다. 방문 전
법정스님 생가 벽엔 뛰어보세 강강술래일제 때 조성된 거리 활기넣기 위해 시도이순신도 있고 떡방앗간의 떡을 지키는 어린 소녀도 있다. 우수영 성안 마을 담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은 무겁지 않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역사적 성지지만 벽화의 내용은 일상의 우리네 모습이다.우수영 성안 마을은 근대건축 양식이 잘 남아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거리의 모습이 살아있어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마저 준다. 이곳에 지난해 벽화가 등장했다.벽화들은 급속히 쇠락해버린 마을에 잠깐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우리나라 4대 수영의 하나로 꼽
[알림] 은빛 책 날개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은 농촌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책을 볼 권리가 있다는 기치를 걸고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마을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책은 그림 중심의 동화책과 어르신들을 위해 나온 책들로 구성된다. 원하는 마을엔 공공도서관이 선정한 책을 해남우리신문사가 직접 배달하고 교환해준다. 또한 구연동화 전문가를 대동해 어르신들께 책을 직접 읽어주는 활동도 겸한다.마을로 찾아가는 도서관은 책 읽는 해남, 인문학이 흐르는 해남을 만들기 위해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추진하는 사업이자 할머니들에게
98세 할머니도 온종일 동화책 읽고계곡면 황죽마을 찾은 ‘은빛책날개’해남우리신문-해남공공도서관 마련과연 시골 할머니들이 책을 읽을까. 각 마을 회관과 노인정에 책을 배달하자는 기획에 모두가 말한 첫마디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동화책을 정말 좋아하셨다. 마을 노인정에 오면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보신다. 물론 어르신들에 따라 독서량은 다르지만 하루에 잠깐이라도 책을 보신다는 것이다.지난달 30일 계곡면 황죽마을 노인정에 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며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
제비야 바둑아 놀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마을똘이장군도 있고 스파더맨도 어딘가 숨어있어마을 구석구석에 동화적이고 웃음짓게 하는 그림마을이 있다.송지 동현마을 골목길 담장에는 아이언맨, 똘이장군이 있고 무지개도, 기린도 담장 곳곳에 숨어있다. 정말 동화 같은 마을이다.동현마을은 사람이 떠나 생기를 잃어가는 요즘 시골마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남북방향 바닷가를 사이에 두고 어업과 농사일을 주로 하는 이곳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재기발랄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2012년 이 마을
젊은이들 있었을 땐 농구대가 최고 인기였어이젠 회관 앞에 우리친구인 운동기구 생겼제 모두 오래됐다. 회관 앞 농구대도, 골목길도, 담벼락 우편함도. 할머니들의 삶 저편에선 한 때 예뻤고 고왔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젠 세월의 흔적만 가득 안고 있다. 농촌의 쇠락만큼 한 때 농촌마을의 활기였을 그 모든 것들이 이젠 기울어간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초저녁, 해남읍 남천리 주민들의 귀가시간이다. 마을회관에서 하루 종일 함께 보냈던 주민들이 하나둘 귀가를 위해 회관 밖으로 나온다. 회관 안에서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고도 할 이야기가 또
집집마다 소 축사, 2두에서 수십 두까지, 노인들의 벗빈 축사엔 빈 여물통 대롱대롱, 반짝반짝 왕겨만 남아화산면 안정마을 강아지와 소가 먼저 반긴다.낯선 이가 다가가서인지 아니면 반가워서인지 마을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개 짖는 소리가 먼저 길손을 맞고 그 소리에 놀란 소는 동그란 두 눈만 껌뻑인다.화산면 안정마을은 지금도 집집마다 소를 키울 만큼 축사가 발달된 마을이다. 안정마을은 한땐 80여 가구가 모여 살며 부흥했지만 지금은 33가구만 남아 있고 그중 10여 가구는 아직도 소를 키우고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제구실 못하면 뒷방 신세제”안방에서 밀려났지만 할머니 애환 가득한 보물옥천면 송산리 윤정심(82) 할머니 집에 있는 반닫이는 아직도 현역이다.세월을 못이긴 경첩들이 군데군데 부서져 낡았지만 창고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박물관의 전시용품도 아닌 아직도 장롱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있었제. 반질반질하게 참으로 아끼면서 사용하고 있어.”할머니와 반닫이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60년이 넘었다고 한다.제비추리 반닫이는 손님들이나 자식들 오고갈 때 사용하는 작은방에 두고, 가재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선 항아리 행렬 사라졌지만우거지 뚜껑까지 차오른 김칫독 반갑기만 하다불과 10년 전만 해도 농촌마을 각 가정집의 남쪽은 장독대 차지였다. 장맛이 좋아야 살림을 잘한다고 할 만큼 장과 된장이 담긴 장독은 집안의 가장 소중한 살림살이였다. 당연히 햇볕이 잘 드는 가장 좋은 곳에 장독대는 위치했다.2~3층으로 돌을 쌓아 기단을 만들고, 맨 뒷줄에는 장을 담는 큰독, 중간에는 된장·막장, 동치미 등을 담아 두는 중들이, 앞줄엔 고추장·장아찌 등 작은 옹기가 나란히 나란히 줄 지어 서 있었다.이젠 온갖 기능이 담긴 김치
[소소하고 촌스러운 시골이야기]세발나물 동네라 초록이 넘쳐 제비도 즐겨찾는 마을해남최초 천주교 전래마을, 믿음만큼 정도 많은 동네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문내 예락마을은 110년 전에 들어온 천주교 성당이 있는 마을이다. 한 겨울에도 세발나물, 파, 배추가 노지를 덮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 초록이 넘치는 마을이다.풍성한 초록이 주는 여유에 제비들도 복 받았나 보다.“그래, 니놈이 이겼다, 똥만 좀 한군데다 싸그라”예락리 김축식(60)·허양순(54) 씨의 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4군데나 있다. 방으
[소소하고 촌스러운 시골이야기]“시계 잠시 멈춘다고 세상돌아가는데 지장 있간디”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을까, 돌담아랜 굴껍질 가득북평 산마마을에도 첫 눈이 내렸다. 때 아닌 한파로 동네가 한적하다.마을회관 앞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 뿐 행인이 없다.각 집 마당과 돌담아래 굴 껍데기가 수북이 쌓여있다.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한 건진 모르지만 그 양이 상당한 것으로 보아 인근 바다가 주는 혜택을 짐작케 한다.산마마을은 28가구가 모여 사는 비교적 조그만 마을이다.젊은층이 많다는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식으
[소소하고 촌스러운 시골이야기]수확량, 꿔준 돈 적어놓았던 칠판도 반갑다주인 떠난 빈집에서 대롱대롱 메주 반기고옥천 내동마을은 아직도 아궁이를 사용하는 가구가 많다.마을 15가구 중 절반가구 이상이 보일러와 아궁이를 겸용하니 마을입구부터 한가득 쌓인 장작과 구수한 군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마을을 둘러보기 앞서 김영배 이장 댁을 방문했다. 마당에는 감나무가 풍년이었다.김 이장은 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감이 반가우면서도 내심 서운하단다. 마을 어귀가 아이들로 북적거리던 시절, 동네 감들은 채 익기가 무서웠다.손이 닿는 곳은 어김없이
[소소하고 촌스러운 시골이야기]호랑이 넘어오지 말라고 높이 쌓은 돌담길두발 세발 네발, 걷는 모습도 각각인 할머니바람방향 힐끗 살펴보고 잡은 키를 휙휙 위아래로 흔드니 콩깍지가 바람에 실려 나간다. 키를 대여섯번 흔들고 나니 바짝 마른 콩깍지는 바람이 데려가고 반질반질 콩알만 남는다.“힘들게 수확한 것이라, 콩 한 알도 허투로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저기 마당에 깔린 고구마랑 같이 도시 나간 자식들한테 보내줄라고” 라디오 음악에 맞춰 콩을 털고 있는 신정신(73) 할머니. 10년 전 집 앞 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