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도로가 회색창살 감옥으로 변해

정부시책사업으로 추진한 대규모농업회사에 공급할 전력을 위해 산이면 전 도로에 세워지는 전신주가 해남의 아름다운 경관을 유린시키고 있다.

산이 초입에서 덕호리까지 18.95km 전신주 숲
대규모농업회사 전력공급사업, 해남군은 뒷짐

산이면 입구에서부터 덕호간척지까지 도로가 전신주 숲으로 변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신주 숲길이다.
매일 전신주 길을 다녀야 하는 산이면 주민들의 목소리는 비판을 넘어 분노 수준이다. 세상에 이런 길이 있을 수 있느냐며 공사하는 사람이나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지자체 모두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냐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산이교차로에서 시작되는 전신주 숲길은 마산 용전, 산이 노송, 금송, 덕호리 간척지까지 이어진다.
산이길이 전신주 천국이 된 것은 덕호리에 들어서는 대규모농업회사 때문이다. 한전 해남지사는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공사의뢰를 받아 총거리 18.94km 구간에 전신주 548개를 세우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전신주도 많은데 기존 전신주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둬 답답한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기존에는 전신주가 한쪽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번에는 도로양편에 빽빽이 들어서면서 더욱 답답한 길을 만들어 버렸다.
산이면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해남군도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육안으로 봐도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한전 해남지사는 농어촌공사에서 공사를 의뢰했기에 전신주를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남에 꿈을 실어줄 것이라던 대규모농업회사, 그러나 전력망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진행되면서 해남의 아름다운 경관을 유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정부정책인 대규모농업회사로 인해 해남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구성지구 J프로젝트사업까지 구체화되면 산이길은 황폐화된 전신주 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가시책사업이  교통과 전력망의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진행된 결과가 주민들의 삶을 훼손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됐다.


산이면 길은 곡선이 심해 교통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따라서 산이면은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고 시야를 가리는 가로수 철거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런 곳에 빽빽이 들어선 전신주는 교통사고를 더욱 유발시키는 위험요소가 됐다.
이곳을 매일 지나는 산이면 한 주민은 커브길에는 반대편 차가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며  이 좁은 도로에 어떻게 이 많은 전신주를 세울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또 “매일 오가는 도로가 마치 형무소 창살처럼 느껴진다며 무분별한 전신주 공사로 해남의 아름다운 미관이 훼손되고 있는데도 이를 보고만 있는 해남군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곳 도로는 회전구간과 부분공사, 대형공사차량의 과속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전신주로 인해 꽉 막힌 시야와 구불구불한 도로, 거기에 대형차량들의 과속까지 합세하면서 그야말로 해남 최악의 도로가 돼 버렸다.           
<관련기사 2면>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