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할머니 그림책 왔어요, 산골마을 할머니 도서관
“그림책도 보고 화투도 치고…다 그림 공부여”
조아름 기자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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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3  17: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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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투방에 더해진 동화책 도서관, 북평 오산 할머니들은 화투치다 지치면 동화책 보고, 노인정에 혼자 있을 땐 동화책을 읽는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옛 농촌풍경이 되살아난다는 할머니들은 동화구연 선생님이 빨리와 책을 읽어줬으면 한단다.

북평면 오산 여자노인정 찾은 ‘은빛책날개’ 
할머니들, 책 볼라 화투 칠라 바쁘다 바빠

계곡면 황죽마을에 이어 지난 7일 북평면 오산마을 여자노인정에 마을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며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두 번째 ‘은빛책날개’다.
해남공공도서관(관장 박은정)은 이번에도 어르신들이 읽기 쉽도록 그림이 많고 활자가 큰 책을 준비했고 해남우리신문은 노인정에 30여권의 책을 비치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노인정을 다시 찾았다.

   
 

방문 전 기자의 전화 때문이었을까. 10여명의 할머니들은 신문에 얼굴을 낸다고 하니 책을 바닥에 펼쳐놓고 손엔 책 한 권씩을 잡고 계셨다. 순박한 할머니들은 손녀뻘 기자의 카메라 셔터 세례에 책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저번 방문만 해도 크게 화투판을 벌리고 있던 할머니들이 잠잠히 책을 읽고 있다. 궁금한 나머지 “왜 오늘은 화투 안 치세요?”라고 물었더니 한 할머니가 “아까 많이 쳤소”라며 멋쩍은 듯 웃는다.
이제 사진을 찍었으니까 화투도 치시고 책도 읽으시라고 하니 이제야 할머니들의 본 모습이 나온다. 곱게 접어놓은 화투판을 금세 바닥에 펼친다. 아직은 멋쩍어하는 할머니들에게 “그림책도 그림공부고 화투도 그림공부죠”라고 했더니, 할머니들은 “오야. 니말이 맞다. 맞어”라며 개운히 패를 돌린다. 늘 그랬듯이 100원짜리 삼봉판이 펼쳐진다.


이옥자(72) 할머니는 책도 봐야 하고 화투도 쳐야 해서 미치겠단다. “어째야쓰까. 책보다 패 보다 미치것네”라며 책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화투 패를 펼친다. 자신의 패가 불리해졌음을 느꼈는지 “오메. 나 책은 놔두고 화투만 쳐야것다”며 책을 뒤로 밀어둔다.

   
 

화투판 옆으로는 여전히 책을 읽는 할머니들도 있다. 책장에 그려진 화로를 보면서 옛날 추억 보따리가 펼쳐진다. “옛날엔 이 화롯불을 절대로 안 꺼지게 했단께. 할머니가 담배 피셔서 꺼지면 혼쭐이 났어”. 또 다른 할머니들은 『항아리가 숨을 쉬어요』라는 책을 읽으며 중대한 토론을 나눈다. “항아리가 숨을 쉰 게 좋아. 그러니까 예전부터 간장, 된장도 다 항아리에 넣지.” 책 한 권, 그림 하나에 옛 이야기들이 노인정에 가득하다.


한 할머니는 전래동화책에 그려진 상상의 동물 천추그림이 무섭다며 화투판에 합류한다.
오산 노인정은 방이 2개다. 한곳은 70대 이하인 젊은 할머니들이 화투를 치고 다른 방은 80~90세 할머니들의 공간이다. 80~90세 할머니들은 눈이 안 좋아 동화책의 그림만 본단다. 화투 치다 지치면 동화책을 보고, 노인정에 일찍 오면 다른 노인들이 오기 전에 책을 읽는다는 할머니들, 오산 할머니들은 억척스러운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이다.

물때가 맞으면 바다에서 굴과 꼬막, 감태를 뜯고 나머지 시간엔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고 보낸다. 화투방에 더해진 동화책 도서관, 할머니들은 글을 읽고 싶으면 읽고 그림만 보고 싶으면 그림만 본다. 그림만 보아도 옛날 농촌정경이 떠올라 재미있단다.

   
 

최영자(75) 할머니는 구연동화 선생님이 기다려진단다. “우리가 읽은 것하고 선생님이 조리 있게 읽는 것하고 다르당께. 선생님이 오셔서 읽으면 그렇게 할 거라고. 그래서 기대가 돼.”

한편 오산마을 여자노인정에는 70대부터 9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화투판이 열리기 전 책을 본다는 할머니부터 ‘봉사 씨름굿 보듯’ 책을 넘겨본다는 90대 할머니들까지. 눈만 밝아도 얼마나 좋을까라며 아쉬움을 내비친다. 해남우리신문은 할머니들에게 재미나게 책을 읽어드리기 위해 동화구연가와 함께 다시 오산마을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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