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천면 팔산마을에 해남우리신문의 할머니도서관이 차려진 가운데 지난 9일 송장근 면장이 할머니들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책 한 대목을 읽어줬다.

담담히 책 읽어주는 옥천 송장근 면장
레크리에이션과 책을 결합한 강영심 강사

“나는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언젠가 선배교수가 연구소를 찾아 왔을 때 일이다….”
옥천면 팔산마을노인정에서는 지난 9일 굵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는 옥천면 송장근 면장의 목소리였다.
지난 2일 팔산마을에 ‘은빛책날개’ 할머니도서관이 자리 잡자 송 면장은 자신이 먼저 책을 읽어주겠다며 할머니들과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9일 할머니도서관에 새로 꼽힌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펴고 한 대목을 읽기 시작했다. 송 면장은 “이 책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 살아온 인생이야기가 다 들어있어 어르신들한테 꼭 한 번 읽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일전에 노인회장님들께도 한 번 소개했던 책입니다”라며 서두에 설명을 덧붙였다.

 

송 면장이 읽기 시작한 대목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며느리와 어떻게 가족으로 융화됐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중후하면서 담담히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에 눈을 감아 집중하는 할머니부터,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송 면장이 한 대목을 읽어내고 멋쩍게 “난 책을 재밌게 못 읽어요”라고 하자 할머니들은 “아니요. 재밌어라”라며 박수를 쳐댄다.


윤순철 노인회장도 품속에 접어둔 종이를 꺼내 읽어본다. “친구여, 오래오래 사시구려. 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고운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도 말고, 조심조심 일러주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괜히 빼는 노인회장을 대신해 송 면장이 이어 읽는다.
“이기려 하지마소. 져 주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못내 아쉬운 노인회장은 옆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설명을 덧붙인다.
이어 송 면장은 외국동화 『은혜를 모르는 임금님』을 한 권 더 읽어드렸다. 

 

한편 지난 2일 옥천 청신마을에서 치매교실을 맡고 있는 강영심 강사는 우연히 은빛책날개를 알게 돼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강 강사는 팔산마을에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레크리에이션과 책을 결합해 봉사를 하게 됐다.
지난 9일 강 강사는 팔산마을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어르신들에게 전래동화 『옹고집전』을 읽어드렸다. 강 강사는 힘찬 말투로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인 레크리에이션을 선보인다. “어머니 제 전문은 치매예방입니다. 제일 편한 자세로 앉으시고 박수 세 번 하시면 됩니다…. 말을 해야 입 안에 세균이 나가요.” 박수만 쳤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박수를 손바닥으로 치고 손목으로 치고 주먹으로 치고 발끝을 모아보기도 한다.


준비운동이 끝나니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율동을 배운다. 손가락을 접었다가 폈다가 팔도 저어본다. 강 강사가 ‘마음도 아나요. 느낌도 아나요’라는 가사에 “애교스럽게 해주세요”라고 하자 몇몇 할머니들이 “늙어서 그런 거 못해”라며 쑥스러움을 보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할머니들의 성화에 옥천면사무소 김종관 담당도 노래 한 자락을 구성지게 부른다. 김 계장이 부르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내 몫만큼 살았습니다’라는 가사에는 할머니들의 인생도 담겼다. 김채순(79) 할머니와 임수임(82) 할머니는 책도 재밌는데 율동하고 박수치는 것도 재미있다며 다음시간이 기다려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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