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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팍팍해 책 못 봤어…책 오니 좋아옥천 팔산 박옥순할머니
조아름 기자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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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3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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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팔산리에 해남우리신문의 할머니도서관이 자리 잡자 박순옥 할머니는 며칠 만에 책 30권을 모두 읽어 버렸다.

“30권 다 읽었어. 진작 다 보고 3번씩 더 봤지.”
 지난 2일 옥천 팔산마을에 할머니도서관이 자리 잡자 가장 열광한 이는 마을주민 박순옥(74) 할머니다. 팔산마을의 최고 독서광 박 할머니는 며칠 만에 책 30권을 모두 읽었다.
할머니의 열성에 지난 9일엔 큰 활자로 나온 소설 5권이 도서관에 추가로 배치됐다. 박 할머니는 송장근 면장이 잠깐 읽어준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벌써 손에 잡고 독서 삼매경이다.


박 할머니는 학교 졸업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산이국민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이듬해 9살 6․25전쟁이 터졌다. 8남매의 둘째딸이던 할머니는 부모를 도와 동생들을 돌보고 벼논에 새를 쫓느라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그 시절에 딸은 살림밑천이었어. 형편이 어려우니까 아들들만 가르쳤지. 전쟁이 없었으면 계속 학교 다녔을지도 몰라.”
담담히 그때를 회상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아쉬움이 목소리에 한 가득 묻어나왔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할머니는 글을 배우고 싶어 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의 책을 빌려 공부했다. 또 길거리 영화포스터, 간판에서 한문을 배웠고 엄마들이 공부하는 야학에 나가 동냥공부도 했다. 그래도 못 배운 건 평생 한으로 남았다.


옥천으로 시집온 할머니는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좋아하던 책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1989년 남편이 우연히 면에서 구해다준 소설 『희나리』를 읽으며 어릴 적의 감성이 다시 살아났다. “그 책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연탄불 앞에서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옆에서 남편이 책을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내년부터는 책을 많이 빌려다준다 하더라고.”
하지만 할머니는 이듬해 사고로 남편을 먼저 여의고 홀로 5남매를 키우느라 책 보는 것은 남 일이 됐다. 홀로 자식들 키우기 팍팍한 세상에 책을 볼 여유는 없었다.


이제 자식들을 모두 키워낸 할머니는 간간히 책과 신문을 보고 있다. 책은 손주들과 함께 빌려 보기도 한다. 박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책이 배달되니 좋지. 옛이야기 책도 좋고 소설도 재미있어”라며 읽던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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