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흐르는 해남 그리고 땅끝순례문학관]

강진시문학관, 1년만에 전국명소
행정은 지원만 운영은 독립체계

▲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건물 설계단계에서부터 문학 전문가가 결합해 건물 및 실내디자인 하나하나에 인문학적 감성을 담아냈다.

강진군시문학파기념관이 한국 문학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전국 초등학생들의 문학수업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전국 대학생 및 일반 문학동아리, 한때 문학을 꿈꾸었던 기성세대들의 견학장소가 됐다. 이젠 군인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장소로까지 떠올랐다. 


시설위주 관광정책을 거듭해온 해남군은 64억원을 들여 땅끝순례문학관을 지었다. 그러나 전시물과 전문인력이 없어 개관도 못하고 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처음 준비단계에서부터 고민이 부족했다. 현 추세에 맞게 문학관 건물에 스토리를 입혀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지 못한 이질적 공간을 탄생시켰다. 건물 모양과 내부설계 및 전시물도 초기단계에서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해남군은 완성 후 전시물을 채우는 식에 급급하고 있다. 또 문학관이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관련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도 공무원에게 맡겼다. 


이와달리 강진군은 문학관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학콘텐츠 전문가를 채용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채용된 관장은 행정 6급 대우를 받고 있다. 당초 강진군은 영랑문학관을 설립하려 했으나 채용된 관장이 시인 영랑을 중심으로 한국의 시문학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문학파기념관을 제안했고 강진군은 이를 수용했다. 이 결과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한국의 시 흐름을 알 수 있는 곳, 한국의 시파 역사를 담아낸 특화된 문학관으로 자리잡게 됐다. 또 건물양식과 전시물, 실내 디자인 등도 관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독특한 맞춤형 모델이 구축됐다.

▲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행정은 지원만할 뿐 운영은 전적으로 관장을 중심으로 한 독립체계이며 파견된 공무원만 5명이다.
공개모집으로 채용된 김선기 관장은 행정은 지원을 하고,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문학관에 배치되는 전문인력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학관이 전국문학의 중심에 서려면 국문학계와 연계돼야 섭외가 용이하고 전국학술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며 문학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학위자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유파문학관으로 2012년 3월5일 개관해 개관 1년 만에 전국 문학관 반열에 올랐다.
또한 개관과 더불어 한국문학관협회 회원자격을 부여받은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시행 <2012 작가 파견 공모사업>에서 기존 문학관을 제치고 전국 7대 문학관에 포함되는 등 한국 문학관의 샛별로 떠올랐다. 
특히 2013년 <시가 꽃피는 행복한 마을, 강진> 프로젝트가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15억원의 국비 확보를 시작으로, 영랑생가 시 콘서트 2년 연속 국비사업 선정, 제1종 문학전문박물관 등재, 호남권 거점문학관에 선정되는 등 전국 문학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개관 전부터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체계적인 사업을 진행해온 시문학파기념관은 이제 해남군이 추진 중인 땅끝순례문학관을 비롯해 대전, 서울 종로구, 광주 등 관계자 등의 벤치마킹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문학파기념관은 참신한 기획력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은 물론 문단과 학계를 폭넓게 수용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선기 관장은 문학관은 박제화된 공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전국에는 70여개에 이른 문학관이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 공무원이 파견돼 운영되고 있으며 프로그램 지원 예산도 많은 곳이 1년에 4000만원 선이다. 그러나 강진군의 프로그램 운영비는 연 7억, 이중 국비가 80%, 군비가 20%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강진군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이곳의 성공열쇠는 박사급 전문가의 영입이었다.

▲ 장흥 천관산문학관은 행정6급 공무원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장흥 천관산문학관처럼 대부분의 문학관이 공무원을 파견하지만 최근 전문직 채용을 고려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편 장흥은 소설문학의 특구를 받은 지자체이다. 장흥 대덕읍에 위치한 천관문학관은 이청준 소설가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개관 초기에는 시인이 관장을 맡아 감성이 묻어나는 문학관으로 운영을 했으나 현재는 행정직 공무원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비교적 활발히 운영됐던 달구지 콘서트, 문학기행 등 프로그램이 종료되자 천관문학관을 찾는 발길도 뜸해지고 있다. 천관산 자락에 위치해 주변 주민들도 접근성이 멀어, 문학관을 찾는 이들도 뜸한 상황이다.
천관문학관에는 현재 문화해설사와 행정직 공무원 2명이 배치돼 있으며 1년 프로그램 운영비도 2500만원 수준이다.


문학관 관계자는 행정직 공무원으로서는 문학인들 섭외와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기간제 학예사를 채용할 계획 중임을 밝혔다. 또한 장소 대중화를 위해 시창작반, 웃음치료, 유머 리더쉽 등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해남군도 장흥군과 같이 전문인력 배치 없이 공무원을 배치하는 전철을 밟고 있다. 물론 전국 대부분의 문학관이 공무원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에 이르러 전문직을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문학관이란 특수한 공간을 공무원으로 운영했을 때 시설물 관리에만 머물 수 있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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