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운영하는 고도리 할머니도서관에서 팥죽내기 공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할머니들이 대회시작 전 진지하게 연습을 하고 있다.

[해남우리신문·공공도서관 고도리 할머니도서관]

동화책속 팥죽이야기가 내기 대회로 이어져
동화책도 읽고 공기놀이 하며 옛 추억 찾고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운영하는 할머니도서관 중 하나인 해남읍 고도리 경로당에서 팥죽내기 공기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15일 『팥죽할멈과 호랑이』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들이 “오메 팥죽도 묵었으면 좋것네”, “언제 해묵읍시다”라고 말했던 게 공기대회 발단이 됐다. 대회는 은빛책날개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했다. 


지난 6일 오후3시 읍 고도리노인정, 이미향 강사가 주워온 조그만 공깃돌들이 각 할머니들 손에 쥐어졌다. 이 강사는 요즘 공기는 가볍고 작은데다 할머니들의 추억을 위해 길에서 작은 돌을 주워왔다. 손이 굳어 돌을 놓치던 할머니들은 몇 번의 연습 만에 금세 옛 기억을 떠올리며 돌을 낚아챘다. 5단계, 어려운 채기도 4~5개씩 성공한다.
간단히 손을 풀고 나자 이미향 강사가 『반쪽이』라는 동화책 한 권을 읽어준다. 두 형들과 달리 얼굴이 반쪽밖에 없는 반쪽이가 사람들의 놀림에도 구김살 없이 자라 최선을 다해 결국 색시를 얻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동화책 읽기가 끝나자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두 팀으로 나눠 진 팀이 팥죽을 내야하는 경기이다. 각 팀은 놀이에 앞서 팀별 이름을 정했다. 한 팀이 배짱 좋게 ‘얻어먹을 팀’이라고 이름을 짓자 다른 팀은 속 좋게 ‘낼 팀’을 하겠단다. 경기방식은 나이를 더 많이 먹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두 명씩 짝을 지어 공기놀이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시누이올케 지간인 오인숙(77) 할머니와 홍찬단(74) 할머니의 경기는 더 재미있다. 홍찬단 할머니는 공기놀이 점수로 보면 자신은 아직 중학생 나이인데 시누이는 벌써 시집갈 나이를 먹었다며, 경기는 뒤로하고 시집을 보내야 된단다. 중매 서줄 사람을 찾는 홍 할머니의 소리에 여기저기서 웃는다.


경기 결과 ‘얻어먹을 팀’은 56살, ‘낼 팀’은 81살로 후자의 압도적 승리다. 이름과 반대로 ‘낼 팀’이 이기게 된 데는 천숙초(77), 오인숙(77) 할머니의 공이 컸다. 어릴 적 공기를 꽤나 잘했다는 이들은 경기에서 각 30살, 26살을 따냈다.
이름이 부끄럽게 된 ‘얻어먹을 팀’은 “시원하게 내자”라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이에 ‘낼 팀’은 “맛나게 먹자”라며 더 큰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팥죽 값은 은빛책날개 자원봉사자들이 희사해 모두를 기분 좋게 했다.
뜨끈한 팥죽 한 그릇씩을 먹은 할머니들은 “오늘 많이씩 웃었다”며 나중엔『햇님달님』을 읽어 호랑이가 맛있게 먹었던 인절미를 해먹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편 ‘은빛책날개’는 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할머니도서관으로, 읍 고도리에는 지난 2월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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