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해남군행정동우회장)

우리는 살면서 수 없는 거절과 승낙을 선택해야 한다.
태어나서는 부모 형제간의 요구에 거부의 뜻으로 울거나 떼를 쓰고. 커서도 서로 간 거절과 승락을 오가며 살아간다. 한 개인의 가족사는 그렇다 치고 지구상의 모든 인간관계 자체가 끝없는 거절과 승락으로 얽혀 있다. 크게는 국가와 국가 간에, 국민과 정부 간에, 작게는 자치단체 등과 주민 간에, 다시 개인과 개인 간에.
이 과정에서 모든 주체들 간에는 필연적으로 가부가 가려지고 수많은 사회 갈등이 탄생된다. 물론 필자가 여기에서 논하려는 것은 국가 간 그리고 자치단체간의 얘기가 아니다. 공직자와 주민 간, 이웃과 이웃 간 사정을 말 하려는 것이다.


거절의 미학!
풀이하면 아름다운 거절 즉 상대를 배려하는 거절과 용기 있는 거절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숱한 사정들이 존재한다. 세상사 모두가 보는 각도와 입장에 따라 달라질진데 우리는 그것을 법이라는 잣대로 조절한다. 그러나 이는 완벽할 수 없다. 관계법령이 사회발전 속도에 뒤지거나 부실한 법제정으로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경험한 바이지만 의외로 지금도 관계 법령끼리 충돌되는 규정들이 있으며 이로 인해 민원처리 현장에서는 처리주체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 간에 엇박자를 내는 일도 있다.
그 동안 어느 정권이나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모든 민원은 되는 방향으로 처리하라고 하지만 일선 공무원로서는 추후 감사도 그렇고 생각할 것이 많다.


따라서 이 문제는 말단공무원들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중앙부처부터 그때그때 체계적이고 세밀한 관련 법령의 손질이 필요 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다. 때문에 우리 일선 공무원들도 부실한 제도 정비에 함께 노력해야 하고 현재의 규정과 상충된다면 가급적 되는 방향의 민원 처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게 있는데 다름 아닌 대내외의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 기시미이치로는 저서「미움받을 용기」에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불안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 3대 심리학자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알기 쉽게 해설한 책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면서 타인에게 미움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라 말하고 있다. 물론 책의 내용상 철학자가 어느 나약한 청년에게 용기를 심어주기위해 한 말 이지만 지금의 공직자들에게도 일면 시사하는  내용이다.


세상엔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역지사지’가 그렇고 ‘천냥빚도 말 한 마디로 갚는다’ 했으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세상을 살거나 민원을 거절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명언들이다. 결국 안 된다고 거절할때 자신이나 가족의 일이 안 됐을 때처럼 생각하는 마음과 진정으로 미안한 심정으로 거절에 미를 더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인격자요 진정한 우리의 참 공복일 것이다.
또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공직자에게 필요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한다면 제도적으로 대안이 제시되는 거절이나 민원 처리제가 됐으면 한다. 사실 어느 한 때 불허가 민원 등은 그 대안을 제시해 통보토록 한 적이 있는데 어느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행정을 잘 모르는 민원인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민원 처리규정을 개정해서라도 이를 의무화 하고 실행했으면 한다.
공직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민원인을 맞고 있다. 따라서 날마다 누군가와 승낙과 거절을 나누며 살아간다.


거절의 미학. 그리고 미움 받을 용기!
결국 우리 모두 안 된다고 말할 때 냉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서운함과 실망감까지 아우르는 아름다운 용기와 배려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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