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해남동초 교사)

미화원 아저씨가 도로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그때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가 나타나 모아놓은 쓰레기를 발로 차버립니다. 아저씨가 꾸중하시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아이의 엄마가 달려옵니다.


“너 왜 울어?”
“저 아저씨가 혼냈어.”
“아니, 당신이 왜 남의 귀한 자식에게 화를 내고 그래요? 왜 남의 아들 기(氣)를 죽여요?”


이 이야기는 유튜브(Youtube)에서 보았던, 시민들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해 연출된 영상입니다. 하지만 내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반응은 거의 동일했습니다. 식당에서나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고 뛰는 아이들을 부담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실험 영상과 별로 다르지 않는 시대입니다.


핵가족 구조의 삶과 무한 경쟁시대의 아이들은 왕자나 공주처럼 살고 있습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처럼 똑똑하기는 한데 인간성은 점점 엷어져 갑니다. 과보호로 참을성과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 결과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아 그리고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마마보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에 ‘푸르게 물들이면 푸른 실이 나오고 노랗게 물들이면 노란 실이 나온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염어창즉창(染於蒼卽蒼), 염어황즉황(染於黃卽黃)]


1966년 미국 스텐포드대학교 심리학과 월터 미셀 교수는 스텐포드대학 부설 빙 유아원에서 4세 어린이 653명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자제력(自制力)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아이들을 마시멜로가 놓인 책상 앞에 앉히고 지금 마시멜로를 먹으면 책상 위의 것만 먹을 수 있지만 15분을 참고 기다리면 한 개의 마시멜로를 더 먹을 수 있으니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책상 위의 마시멜로를 먹었고 단 15%의 아이들만이 인내하며 기다렸다가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었습니다.


스텐포드 대학에서는 마시멜로 실험에 참석했던 아이들의 나중을 15년 동안 추적 관찰했습니다.
15년 후….
마시멜로 유혹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두 그룹의 점수를 비교한 결과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의 S·A·T 점수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점수에 비해 평균 210점(1600점 만점)이 높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잘 참고 견딘 아이들은 자라서 참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더 좋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했고 더 우수한 대학에 진학했으며 더 나은 신체와 건강조건을 유지했습니다. 사회생활 적응도, 사회적 지위는 물론 연간수입도 훨씬 더 높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미셀 박사의 ‘마시멜로 테스트’는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의 자기 조절 능력은 미래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뇌를 알면 내 아이가 보인다」의 저자 김유미 님은 ‘너무 앞서가는 부모의 행동이나 과도한 교육열은 아이가 뇌를 적극 활용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장애가 된다.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이 아이들의 거울뉴런(mirror neuron)에 탐지되고 아이는 그것을 그대로 따라 행동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는 지 돌아볼 일입니다.
OECD 회원국 중 10년 연속 자살율 1위, 학교폭력, 왕따, 군대총기 난사 사건 등 충동적 사건들은 물들여진 색깔대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배려,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등의 공익광고가 청정수처럼 느껴집니다. 인성이 중시되고 배려하고 참고 이해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가꾸어져갈 때 부끄러운 1위 자리와 사회문제는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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