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해남군행정동우회 회장)

‘침묵은 금이다’ 속담에 있는 말이다. ‘가만있으면 중이나 간다’라는 말도 있다
속담의 의미는 함부로 나서거나 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과연 침묵은 모두 금일까.
사회학자들은 지금의 우리사회를 갈등과 불신의 사회로 규정한다.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이 그렇고 우리는 이념갈등 또한 존재한다. 나아가 도무지 상대를 믿지 않으려하고 인정하는데도 인색하다. 지역공동체의 근간인 동네지기, 이웃사촌 인심도 예전 같지 않다. 어디 인심뿐인가. 정의는 메마르고 도덕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반면 만연한 황금만능주의 아래 개인적 이해득실에는 민감하고 자본과 권력 앞엔 비굴하다.
또 사회현실에 오불관언하면서도 매사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다.


세상이 이래서일까. 사람들은  갈수록 나서길 꺼려하고 옳은 말에 주저한다. 그러면서도 옥하사담은 무성하다. 특히 지역사회의 중추격인 정년세대들의 침묵과 방관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아무래도 잘못된 배금사상과 후진적 정치문화 그리고 잦은 선거영향이 크다고 본다. 특히 도시와는 달리 지역선거의 경우 이웃끼리, 친구 간에도 지지성향이 드러날 수 있어 그 파장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어느새 선거공화국이 돼있다는 것이다.


번영회장도, 노인회장도 선거로 결정되고 심지어 마을이장도 선거로 뽑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지금의 사회갈등과 불신주의는 구조적으로 잉태되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는 사이 지도자들의 황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행정은 겉돌고 민생은 도탄을 헤멘다. 모두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댈 곳은 현명한 정치지도자와 공직자들이고 지역의 중추리더 그룹이다.


중년에 DJ는 민주화투쟁을 하면서‘행동하는 양심’을 외쳤다. 노무현대통령도 ‘참여정부’를 표방하지 않았는가. 모두 잠들어있는 민주의식과 참여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값진 희생을 통해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국가를 쟁취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지금 우리지식층의 침묵이야말로 금이 아니고 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 서울 어느 쪽방촌 할머니들의 이웃돕기 소식과 얼마 전 길가던 시민들이 미니버스를 들어 올려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자신해본다.


‘저녁이 있는 삶’ 몇 년 전 어느 야당 대통령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말이다. 무슨 얘긴가. 이래저래 빼앗기고 있는 우리들의 저녁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모임과 회식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직장 내 회식문화는 차치하고라도 수많은 동창회, 향우회가 그렇고 어느 어느 친목계까지 합하면 주 내내 회식이고 모임이다.
이러다보니 느는 건 식당이고 음식점이다. 회식내용 또한 뜻이 깊거나 생산적이지 않다. OECD 국가 중 술 소비량이 으뜸인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과도한음주가 곁들여지는 우리의 회식문화는 가족 간, 이웃 간의 단란한 저녁시간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시간적, 경제적비용을 앗아간다. 선진국들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대부분 음식점이 아닌 자기 집으로 초대해 가정파티로 즐기고 남은 시간은 여유로운 사색과 연구시간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필자가 가본 영국 런던 인근의 어느 소도시는 시내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약속 잡는데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에 아직 노벨과학상이 없는 이유로 이런 회식문화를 꼽았다.


우리는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가. 보도에 의하면 해남군이 합계출산율 3년 연속 전국 1위라고 한다.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 아이 기르기 좋은 해남 나아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해남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이르러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사실 우리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전국의 가임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로 열악한 보육환경을 꼽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즉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해남군청도 아직 자체보육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한다면 재원배분에서 이 부분에 우선을 두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어린이 도서관과 청소년 문화센터 같은 미래시설과 환경에 과감한 투자와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역사보전과 전통문화는 잘 계승되고 있는가.
우리는 아직 향토사 박물관이 없다 선대를 모르면서 후대들한테 지금우리를 기억해주라 말 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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