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석 천(해남동초 전 교사)

시간은 이 땅에 주어진 신의 선물입니다

을미년(乙未年)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병신년(丙申年), 새해입니다
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기어서, 사람은 허덕거리며 달렸는데 한 날 한시에 종착역에 이르렀습니다.
나이 한 살이 더해집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삶의 잔고가 살아 온 날보다 적게 남은 사람들에게 ‘새해는 나이를 한 살 보태주는 것이 아니요 남은 나이에서 한 살을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했다죠?
실제로 미얀마의 올랑 사키아 부족은 나이를 거꾸로 센다고 합니다. 태어나면 60살이고, 한 해씩 지날 때마다 나이가 줄어서 60년이 지나면 0살이라고 한답니다. 생의 잔고를 계산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지혜롭게 느껴집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만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살과 피 속으로 들어가 마음이 되기도 하고 열매가 되기도 하며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영원한 기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성서에서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저마다 정해진 시간만큼의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의미 없이 보내버린 시간들은 생명을 덧없이 던져버린 것과 진배없는 것.
신은 인간에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답니다. 하나는 개인의 종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구의 종말이랍니다. 그러기에 시간은 신의 한 수인 동시에 이 땅에서 주어진 선물입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지은 시 가운데 죽음과 삶을 나타내는 2개의 격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입니다.
메멘토 모리는 라틴어로 memento (remember), mori(to die)로써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마라’라는 의미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진지하고 겸손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라는 호라티우스의 송가가운데 유래된 말인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생각에서 가져온 이야기입니다.

「어느 마을에 기술이 뛰어난 시계공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는 아버지가 되었고 딸에게 선물할 특별한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그 시계는 다른 시계들과는 다른 특이한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초침, 분침, 시침이 각각 금, 은, 동으로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딸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아버지, 시침이 금으로 되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만 시침, 분침, 초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초침이란다. 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분과 시간을 아낄 수 있겠니?”」

사람들은 평소엔 시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세월이 도둑처럼 숨어들어 주어진 시간을 거의 빼앗아갈 때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인지 톨스토이는 “만약 내가 신이라면 청춘을 생의 가장 마지막에 두겠다”고 했답니다. 정말 모든 걸 깨달은 뒤 우리에게 청춘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독일의 시인 실러는 말하기를 ‘시간은 세 가지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미래, 화살처럼 날아가는 현재, 그리고 멈춰 서서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과거가 그것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인정머리도 없는 시간은 화살같이 날아갈 뿐입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에게 365일,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라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무심한 시간은 잠시도 기다려주는 법이 없이 날마다 자잘하게 쪼개져 흩어질 것입니다.

새해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꿔 살며 희망을 키워가는 한해가 되시기를 그리고 모두들 행복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카르페 디엠(Carpe Diem)!
세배를 하는 마음으로, 덕담(德談)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근하신년(謹賀新年)! 삼가 새해를 축하드리오며 소망을 이루는 한 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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