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재 희(북 멘토)

해남에 인문학 꽃이 피웠으면 한다

요즘은 가히 인문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자기계발’과 ‘힐링’으로도 신분이 변하거나 정신적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우리는 이젠 ‘근본으로 돌아가자’라는, 결국 삶의 가치의 복원, 공동체의 복원이 그 해법임을 깨닫기 시작했고,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문(文), 사(史), 철(哲)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 삶에 대한 가치를 다루고 인간의 존재목적과 진리의 근원을 탐구하는 인간의 관계학.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가를 탐구하며 자기성찰을 하게 하는 학문의 총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첫 번째로 인문학은 인간학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탐구가 인문학의 영토에 속하는 것이고, 인문학은 오직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할 때에만 그 의미를 갖는다. 인문학은 흔히 문학, 역사, 철학으로 분류되곤 한다. 문학은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다루는 상상력의 공간이며, 철학은 우주의 보편적 원리를 찾는 학문의 영역이라면, 역사는 인간의 기억과 반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배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폭력의 시대는 폭력의 언어를 낳는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틀린’ 것이라면, 서로 같지 아니한 것이 곧 옳고 그름의 구분이 돼버린다. 소외, 배제, 차별의 문제와 가장 폭력적인 단어인 ‘틀림’이라는 단어를 ‘다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열쇠이며, 이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인문학의 목표는 ‘인문학적 교양을 가진 민주시민의 양성’, ‘따뜻한 마을을 지닌 자본주의’의 실현과 인문학적 삶의 실천에 그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당연히 책부터 읽어야 한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함께 읽기’만이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동시에 ‘나(자존)를 깨닫고 ’너(타자)‘를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공동체)라는 비전을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민주사회를 유지할 시민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특별한 혜택이다. 책 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책을 읽는 일에는 경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책을 통해 만나는 타인의 삶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사유의 우물이다. 책과 예술의 지혜로운 향유는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 인문학은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직접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찾고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그냥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부를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인문학은 또 실천을 요구하는 학문이다. 독서를 통해 쌓은 인문학적 소양을 인문학적 삶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의 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의 말은 이렇다.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네 번째로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인문학적 교양을 통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인문적 가치들 즉, 공공의 가치, 평화, 관용, 선의, 아름다움 등에 대한 존중의 능력을 일깨우고 비판 정신과 대안적 상상력 등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시민적 덕목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한 노력과 실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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