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상 금(전 서울시의원)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지만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이때쯤이면 나는 고향과 사람이 그립다.
그렇다고 송년모임이니 신년회라고 해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지만 허전한 마음을 메울 길은 여의치 않다.
이는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세상에 속아 산다 시던 부모님의 푸념처럼 나 역시 속아 산다는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속아 사는 인생이 아닐까? 딱히 피해를 본 것도 없고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왠지 속은 것 같은 언짢은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 그때도 그랬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가 오면 아버지는 한결같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달라진 것 있더냐’ 하셨고, 어머니는 ‘올 농사짓고 나면 집안 살림이 조금 펴질 줄 알았는데…’하시면서 내뱉던 푸념이 ‘속아 살았다’였다. 
이는 당신의 선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서 오는 자책이요, 후회요, 한숨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선택은커녕 시작도 하기 전에 인생을 포기한다는 자조 섞인 체념이 나를 슬프게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의 3포 세대를 지나 내 집 마련과 이웃 사귀기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를 지나 지금은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7포세대가 등장했다니. 이들을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이는 아예 삶을 포기했다는 의미 외에는 달리 설명한 재간이 내게는 없다.
누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야 할 젊음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
그렇지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당신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비교할 수 없는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귀영화의 상징 이스라엘의 다윗 임금도 참을 수 없는 고난과 절망 앞에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라고 인내하고 위로받았다. 뿐만 아니라 불과 며칠 전 모 일간지에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발명을 위해서 15년간 5216회의 실험 끝에 성공했다는 다이슨 창업자의 눈물겨운 칼럼 고백이 가슴 뭉클하지 않았던가.
옛날 어른들께서 속아 산다고 푸념은 할지언정 포기하지 않으셨듯이 그 인내와 지혜도 배워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야당의 정치력 부재도 외면만 할 것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위로하고 격려하자. 그리고 내년 총선 때는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자. 또 2015년의 사회상을 규정하는 대학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은 군주 탓에 세상이 어지럽다)의 참뜻을 되새기며 희망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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