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율(해남평통사 사무국장)

설 명절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북의 핵 실험과 인공위성발사, 이에 맞선 개성공단 중단과 폐쇄, 자산동결이 진행되며 ‘끝장 치킨게임’에 돌입한 듯하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고 정부는 이 모든 책임이 북에 있다며 사드 도입을 공식화하려 한다. 이미 내부적으로 한미 당국이 합의 한 듯한 이야기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또한 2016년도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은 ‘김정은’ 축출 암살 연습까지 추진한단다.
과연 사드가 북의 위협 때문에 한반도에 필요한 것일까? 휴전선에서 제주도까지 600㎞ 권역이다. 그런데 북이 1만5000㎞를 날아가는 미사일을 사용해 성층권을 이용, 장거리 비행의 위세를 떨치며 느리게 공격할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는 집단은 아닐 것이다. 마하15의 속력이면 15분 이내 거리가 아닌가? 북의 인공위성 실험용 로켓이 남한 위협 용도가 아니듯 사드의 용도 또한 북한 대응 용도가 아닌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일은 긍정적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부정적이다. 5000㎞에 이르는 사드 운용 X밴드 레이더의 탐지범위는 군사요충지인 발해만 일대와 연해주 극동함대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주변 강국의 반발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북한으로 몰아가며 이내 배치할 태세다.
과연 군사적 대북압박 만이 최상의 방법일까? 대체 북은 뭘 믿고 계속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북이 핵을 포기하게 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을까?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
영변 핵 위기가 있기 전까지 미국과 북한은 프레블로호 납치사건부터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까지 9차례의 전쟁위기가 있었다. 이 중 7차례의 무력충돌이 주한미군의 정전협정위반과 직접위협에서 비롯됐다. 또한 1983년 이후 남한의 군사비 예산 비율이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해 재래식 무기경쟁에서 북은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북은 이런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확실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대칭적 자산으로 ‘핵억제력’을 선택했다.
북미핵협상 20년사를 돌아보면 9·19공동선언과 2·13합의 등 평화협정과 외교관계 수립 전 단계까지 진행된 과정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북미협상이 깨진 동기를 보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자산동결, 합의 이외 조건 끼워 넣기 등을 통해 상호불신을 조장했던 측은 미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은 이들 합의사항에 대해서 최근까지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북이 미국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뭔지는 분명해졌다. 평화협정과 핵폐기를 행동대 행동의 원칙으로 맞바꾸자!라는 것이다. 이런 북의 평화공세에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 결과는 4차례의 핵 실험과 IC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 실험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라는 신 군사적략 즉, 중국을 봉쇄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밀어붙인 것이 주한미군의 신속 대응, 평택기지 이전,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 완성이다. 이에 더해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한국은 미일 MD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것이고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에 대결구도가 고착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외교 전례 상 있을 수 없는 막말로 한국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무려 75.8%이며 이 중 대중무역이 26%, 대미무역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국익에 도움이 될까? 광해군은 왜 존명사상을 따르지 않고 청나라 오랑캐와 등거리 외교를 지향했는지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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