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섭(해남다인회 회장)

그윽한 맛 은은한 향이 가득한 햇차의 계절이 왔습니다.
해남은 차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조선조 세종실록에 보면 해남에서 생산된 차가 조정에 진상됐다는 기록이 있고 다성 초의선사와 차의 성지 일지암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차계에서는 차의 정신문화가 해남에서 태동 됐다고도 합니다.
차는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식품이고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도 차는 정신을 진정시키고 소화를 돕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고 했습니다.
차 생활에 지나친 예절과 격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선다일여’ 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행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도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과 예절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젊은층을 차 문화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 하지 않았나 자성을 해야 할 때입니다.
차를 마시는 다인들이 많아져야 차 문화가 발전합니다.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 않으면 문화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고 점차 쇠퇴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차를 내리고 마시는 생활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일상 속에서 편하고 쉽게 그리고 검소하고 소박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차는 곡우전에 딴 우전차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처음 나온 어린잎을 한 잎 한 잎 따서 만들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금년 곡우는 4월 20일이지만 기후가 더워지고 있기 때문에 4월 초순이면 딸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 지역에는 차를 딸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대흥사 입구 미로공원 위에 해남군에서 조성한 넓은 차밭은 야생차와 똑같습니다. 여기서 차를 따서 두륜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가지고 가면 숙련된 직원의 지도를 받아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삼산 현산 옥천 계곡 마산면 일부 지역에는 야생차가 자생 하는 곳이 있으며 해남읍 금강골에는 다인회가 조성한 차밭도 금년부터 조금이나마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 동호인 여러분.
햇차의 계절,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차를 따는 즐거움도 마음껏 누리시고 찻자리 마다 은은한 차향 속에서 삶의 여유와 자기 성찰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행복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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