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희(북 멘토)

선거가 끝났다. 당선인께는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낙선인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되돌아보자면 이번 선거는 축제이지도 못했고 유권자들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한 선거였다고 생각된다. 공천과정부터 지역유권자들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 되지 못했고, 야당의 분열과 소지역주의가 결국 이번 선거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선택해달라고 것과 해남출신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자는 구호뿐, 유권자들에게 어떤 공약이나 눈에 띄는 구호로 선택받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녹색당이나 정의당, 민주연합당처럼 서민을 위한 파격적인 공약도 내어놓지 못했으며, 선거 유세과정도 전혀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축제이지도 정책선거이지도 못한 이 지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4년 동안 우리를 대표해줄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선거 후가 더 걱정이다. 새누리당의 일당 독재가 가속화될 것이고 제2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당선인께 몇 마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로 인해 나눠진 지역의 민심, 경쟁과 갈등의 구조를 봉합하고 치유하는 일일 것이다.
둘째, 정치는 나눔이고 분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눔과 분배의 과정, 결과는 최대한 평등해야 한다. 경제가 불가피하게 불평등한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이라면, 정치는 그 불평등에 개입해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셋째, 해남, 완도, 진도만의 이익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국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한명 한명이 하나의 헌법기관이다. 지역주민의 대표자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지역구 관리도 중요하고 행사 참석도 중요하지만, 지역구 관리할 시간에 되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간담회나 좌담회를 자꾸 열어 진정한 소통을 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다음 선거에서는 오직 4년 동안 한 일만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넷째, 지방분권에 앞장서야 하고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다. 자신의 사람 심기에 치중하며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새로운 피가 수혈될 수 있는 통로를 가로막는 행위다. 시민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그 가운데서 시민에게 추천받는 사람이 정치 훈련을 쌓아,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자치에 의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다섯 번째, 오로지 서민과 농어민의 편에 선 정치, 농수산업의 가치와 환경보존의 가치를 아는 의정활동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여섯 번째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의원이 되길 바란다. 당연히 기업과 부패의 유혹 앞에 ‘노!’라고 외칠 수 있고, 때론 자신의 소신과 국익, 그리고 지역의 중차대한 일 앞에서는 당론에도 과감히 ‘노!’라고 외칠 수 있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의 고전인, 독일의 철학자 ‘막스 베버’가 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펼쳐본다. 베버는 정치인의 덕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선한 목적과 도덕적으로 의심될 만한 수단을 결합해야 하는 정치의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담대한 인물, 그러면서 목적과 수단의 불편한 조합을 통해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만이 윤리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정치의 현실을 이끌 수 있다. ‘내적으로 무력하고 스스로에 적절한 답을 줄 수 없는 자라면 정치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베버는 정치의 현실을 탓하며 거짓 예언자처럼 변질되는 정치가를 경멸하면서, 세상이 어리석고 비열하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베버의 경구. 4년 내내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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