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정 섭 (해남다인회 회장)

초의선사가 살았던 18세기 조선시대는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우리 것을 찾자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던 때입니다. 
이 시기는 16세기 일어난 임진왜란과 17세기 발생한 병자호란으로 인해 명나라가 아닌 우리 것에 대한 자주적 운동이 일어났고 특히 18세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발생한 피해가 어느 정도 극복된 때라 정치, 문화, 예술 등에서 우리 것에 대한 각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성리학적 관념성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학문과 기술, 과학 등에 기반을 둔 실학사상도 활발히 연구되고 집필됩니다.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 일어난 실학사상은 정치와 학문, 예술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한 힘은 정보화에 있었습니다.
사신이나 통신사들이 중국과 일본에 다녀오면서 많은 서적과 정보 그리고 문화 체험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가져옵니다. 또 서양의 학문인 천주학, 청나라의 금석학, 중국의 예술작품 등이 조선으로 유입됩니다.
성리학적 관념주의 학문과 사회질서에 답답해했던 지식인들은 이를 받아들이는데 열심이었습니다.
이 시기 실학을 바탕으로 우리 것에 대한 추구로서 나타난 대표적인 것이 글씨체에서는 동국진체가, 그림에서는 진경산수화와 풍속화, 다도에서는 동다송이 등장합니다.
이때 초의선사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아암 혜장, 위당 신관호 등 당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과 교유하며『동다송』,『다신전」등의 노작을 펴내며 우리나라 차의 부흥을 일으킵니다.
『동다송』에는 차는 정신적인 수행이고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한 방편이라는 초의선사의 다 사상이 함축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차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정립되고 우리의 차 문화는 복원됩니다.
차 향 가득한 가을 산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나라 차계에선 대흥사 일지암을 차의 성지라 합니다. 또 일지암에 거주하면서 차의 성전이라 할 수 있는 동다송과 다신전을 집필한 초의스님을 차의 중흥조 또는 다성이라 칭합니다. 초의스님은 조선후기 우리나라의 차 문화를 중흥시킨 인물입니다.
더불어 차의 정신문화가 태동된 해남을 차의 종가라 부르기도 합니다.
대흥사와 해남다인회는 이 땅에 차 문화의 씨앗을 뿌린 초의스님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초의문화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로 25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금년은 초의선사가 열반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이미 성년이 지난 초의문화제를 더욱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오는 10월22일 행사장에는 전국에서 오신 차인들과 우리지역 차인들이 함께 꾸미는 차와 다식 잔치마당이 열립니다. 한듬어린이집 원아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찻자리와 육법공양, 범패공연은 초의문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진수입니다.
또 12시30분부터 가수 인드라스님이 출연하는 산사음악회와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제25회 초의상 시상, 3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 도올 김용옥선생의 ‘초의선사께서 우리민족의 미래를 밝히시다’라는 주제의 주옥같은 강연이 이어집니다.
금년 초의문화제는 기념식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10월15~23일까지 초의주간을 설정해 다양한 차문화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초의주간 동안 대흥사와 녹우당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초의, 조선의 차를 말하다’ 라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의 특별 관광해설이 진행되고 18일부터 21일까지 문화예술회관 2층 다례체험실에서 해남꽃차연구회, 설아다원이 다실을 운영합니다.
군민 누구나 갖가지 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고산유물전시관 다도 체험실에서는 희망하는 학교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차 체험을 실시하고, 군내 각급 학교를 찾아가 “초의, 조선의 차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강좌가 열립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마음을 적셔주는 그윽한 차 향 속으로 한번 빠져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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