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성 홍(재경문내면향후회 회장)

문자가 없었던 고대중국 시절 천문지리에 밝았던 복희씨는 날씨가 좋으면 집 앞에 막대기 하나를 걸어 놓았다. 날씨가 좋으니 고기 잡으러 가도 된다는 일기예보였다. 그것이 태극팔괘로 점차 발전해 길흉을 점치게 되고, 이윽고 주문왕을 거쳐 공자에 이르러서는 64괘로 역경(易經)이 완성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역술사들의 교과서인 주역인데 모든 괘에는 길하면 흉하고 흉하면 길한다는 대척점이 있지만 63괘에 해당하는 겸괘만이 해도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유일한 괘다. 겸손이다.
강강술래, 울돌목, 충무공비각, 명량대첩, 어디 그뿐이랴. 우수영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던 거북선의 모형과 철갑옷을 입은 이순신장군의 동상은 유년의 나에게 이순신장군이 내 고향 출신일 것이라는 오인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오인은 내 고향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된 원천이 됐다.
장년이 된 후 내 자부심을 더욱 굳게 한 분이 있었으니 1000억 이상을 호가하는 길상사를 ‘자야’로부터 시주받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무소유를 실현한 법정스님, 바로 선두리 선창가 성국이네 형인 박재철이 우수영초등학교 선배라는 사실이다. 두 분 모두 겸괘를 실현한 분들이다.
‘명량대첩 배후지 전라 해남 우수영 국가사적지로 지정’, 엊그제 보도된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이따금씩 활자화되는 ‘우수영’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지금 그 ‘우수영’이 1440년 이후 전라우수사 본영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흑산도 여객선 운항과 함께 제주카페리호로 항로를 넓히고 드디어는 천여 가구 남짓한 전국초유 대단위 자연마을 ‘우수영’이 안동하회마을 못지않은 고을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변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데 주인인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유사 이래 가장 큰 변화가 고향땅에 펼쳐지고 있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나 잡고 늘어져 있으면 안된다.
떡고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라 다같이 합세해 먹음직스러운 찰떡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360년 전 전라우수 조선수군 1000여 명이 해상훈련 중 수장된 해난사고를 처음으로 추모하는 자리인 오는 22일은 자랑스런 내 고향 우수영 만들기의 변곡점이 될지 모른다.
추모행사 추진은 ‘관’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순전히 문내면민과 거기 탯줄을 묻은 출향민들이 힘을 합쳐 마련하는 자리다.
추모제와 함께 ‘전라우수영 민속예술촌’ 추진을 위한 학술발표회도 이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해 진지하게 논의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보기가 힘들어진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우리고향 문내면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것이 알려져 ‘제비마을’을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하늘이 주는 기회라는 말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우리는 하늘이 어떻게 그 기회를 주는지, 어떻게 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우리 모든 고향민들이 조상대대로부터 애타게 그 기회를 갈구해 금번과 같은 호기가 왔으리라.
앞서 말한 역경(易經)은 물론 성경, 불경 등 모든 종교에서 한결같이 내세우는 것이 사랑이다.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그 사랑이야말로 팽창과 진화를 거듭하는 우주를 움직이는 본질이다.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고 교만하지 않는다는 사랑의 핵심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겸손’을 말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겸손의  마음으로 금번 행사를 치룬다면 하늘도 분명 그 무한한 우주의 힘을  강강수월래와 제비가 춤추는 우리 고향 남도민속촌에 기적처럼 퍼날라 오리라고 확신한다.
그날 우리 다 같이 부르자. 강강수월래를! 그날 우리 다 같이 춤추자. 남생아 놀아라 절래 절래가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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