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욱 하(재경향우 수필가)

요즘 나의 주말 일과는 촛불집회 참석이다.
엄동설한에 누가 나오라고 꾄 것도 아니고, 참석했다고 교통비나 밥값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서 “수고했어!” 하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것은 분하고 서러운 답답한 가슴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살기 좋은 훌륭한 국가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강조하시던 ‘행동하는 양심’을 따르기로 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대통령 탄핵 특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누군데 연설문 교정을 부탁하고 장 차관을 비롯해 정부 고위 공직자의 추천을 받았다는 말인가!
매일 새롭게 드러나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발표내용은 내가 유년시절 고향에서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스무고개 퀴즈처럼 흥미롭다.
또 하나는 국정농단의 터무니없는 여러 모습에서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2년 전 세월호 사건 때도 국가 기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세월호가 순간적으로 바다에 “풍덩!”하고 가라앉은 것도 아니고 꽤 오랜 시간 점점 기울어져 물속에 잠겼다. 그런데도 국가와 대통령은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요즘 특검에서 그때의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했던가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결말이 어떻게 날지 기다려진다.
국민들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국가의 본질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나 역시 오래전에 읽었던 사학자 E.H 카의「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읽으며 ‘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 계급의 이념이다’ 문장 아래 붉은색 밑줄을 다시 그었다.
또 로마시대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왕국이란 거대한 도적의 무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고 또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계속되는 촛불 집회에 모든 시민이 참여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정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는 지금의 우리에게 더 울림으로 온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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