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쓰러진 저혈당 노인
박희근 경위·장우익 경장 1시간 수색 끝에 

▲ 경찰의 도움으로 제2인생을 살게됐다는 산이면 박귀진씨는 마산파출소를 찾아 박희근 경위와 장우익 경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8일 저녁 9시쯤 산이파출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만취가 된 목소리로 길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산이파출소는 경찰 인력이 적어 야간에는 마산파출소가 함께 순찰업무를 맡는데 그날은 마산파출소가 근무 장소였다. 당일 당직담당은 산이파출소 박희근 경위와 마산파출소 장우익 경장이었다. 전화를 받은 박희근 경위는 상대방의 위치를 물었다. 상대는 산이 예정리 승강장 부근이라고 했다. 급히 출동한 두 경찰은 예정리 승강장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화통화는 계속됐다. 날씨가 추워 혹 상대방이 정신을 잃을까봐 통화를 계속했고 가정에도 급히 알렸다. 그러나 전화 상대를 찾을 수 없자 집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수색범위로 정했다. 또 같이 술을 마셨다는 사람을 긴급 수소문해 순찰차에 태우고 상대가 갈 만한 곳을 일일이 수색했다. 
수색에 나선 지 30여 분, 전화를 건 상대도 경찰도 다급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상대의 목소리는 더 흐릿해졌다.
다급해진 두 경찰은 상대 핸드폰의 위치추적을 전남경찰청에 의뢰했다. 위치추적 결과 산이면 대명리 3거리 인근에서 발신자의 신호가 뜬다는 연락이 왔다. 급히 이동해 그곳을 수색했지만 이곳에서도 인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도로변과 인근 농로 등을 수색하는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20여 분의 시간이 또 흘렀다. 상대방과의 통화를 계속 시도했다. 그리고 언덕 아래 논에 쓰러져 있던 상대를 찾았다. 언덕 아래에 있었기에 쉽게 찾지 못한 것이다. 급히 호송차에 태워 추위를 녹이고 가족에게 인계했다. 길을 잃었다고 전화를 받은지 1시간 이상이 흐른 뒤였다.
상대는 저혈압을 앓고 있는 70대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경찰이 올 것이란 기대를 안고 핸드폰을 붙든 채 사력을 다한 듯했다. 정신이 든 어르신은 20분만 늦었어도 정신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어르신은 옆 동네 친구 2명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잡은 후 먼저 마을입구에서 내렸는데 그만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접어들면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박희근 경위는 어르신이 신고한 전화번호는 파출소 일반 전화번호였다고 한다. 어르신이 산이파출소 전화번호를 2번 단축키로 저장해 놓은 것이다.
박희근 경위는 “처음 핸드폰 위치추적을 위해 어르신에게 112를 누르라고 했는데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라 그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그런데 파출소 일반 전화번호를 단축키로 입력해 둔 덕분에 전화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가하게 된 산이면 대명리 박귀진(71) 씨는 지난 14일 마산파출소를 찾아 고마움을 표했다. 박 씨는 “경찰 두 분의 노력이 없었다면 본인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며 “고마운 마음을 항상 품고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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