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려는 관광정책 언제까지
복제형 콘텐츠라 감흥도 없어

 

▲ 대흥사 입구 집단시설지구 내 주차장에 새로 마련된 대형 조형물이 오히려 두륜산의 풍광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흥사 상가지역 주차장에 대형 부조 조형물이 생겼다.
지난 3월 해남군에서 시작한 두륜산 소망길 조성사업에 따른 조형물로 길이 9m에 이르는 대형 조형물이다.
커다란 나무 2그루가 암석에 뿌리를 옭아매고 그사이에 거대 고릴라가 실감 나게 표현돼 있다.
강하게 움켜쥔 오른손은 포토존을 위한 공간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형물이다.
하지만 대흥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형물의 이미지가 두륜산 소망길 조성사업의 종합계획에 있어 의구심이 인다.

 해남 전역의 수십 개에 이르는 조형물 중 위치에 걸맞는 조형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 대부분의 조형물이 방치돼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땅끝마을의 희망공원이다. 소원성취다리, 희망의 손과 희망의 종은 별다른 감흥을 받기 힘들다. 오히려 땅끝 바닷가의 날것 그대로의 풍경을 살리는 것이 해남의 땅끝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 절제할수록 더욱 빛나는 것이 자연에서 오는 멋스러움인데 아직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는 지적이다.
대흥사 상가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관광객이 처음 마주하는 것이 인공나무에 거대 고릴라인 것도 아이러니다. 두륜산의 수려한 산세와 넓게 펼쳐진 들녘을 가려가면서까지 그곳에 대형조형물을 설치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대흥사 상가 초입 공원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쉴 수 있는 공원이 마련돼 있으며 바로 위로는 올해 초 개장한 미로공원이 있다. 오히려 그곳 인근에 해당 조형물이 자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위화감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공원에 세워진 동자승 조형과 미로공원의 공룡형태 건물구조는 해남 관광트렌드인 대흥사와 공룡을 대변한다지만 인공나무와 거대 고릴라에게선 감흥을 찾기란 힘들다.

 해남의 정체성과의 연계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독창적이지 못한 조형물의 형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요즘 같이 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해당 조형물을 보면 딱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제주도 중문의 케릭월드 주차장이다. 케릭월드 주차장에는 높이 6m 대형 킹콩이 차량을 부수는 조형물이 있다. 무엇보다 킹콩의 오른손에 움켜지는 듯한 포토존 연출은 제주도와 완벽하게 똑같다. 이미 10년 전에 제주도에 세워진 콘텐츠의 복사판임을 알아채는 관광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관광지의 공통점은 스토리텔링과 콘텐츠의 집약에 있다. 뒤처진 콘텐츠를 복제양성하기보다는 해남 천연의 자연이 더 빛날 수 있는 관광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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