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맛 그대로 재현해 상품화
볶음 묵은김치도 인기

▲ 한국전통식품의 선구자이자 자존심인 귀빈식품이 집장과 깨묵장, 전통음식 여행상품 등을 내놓으며 제2의 전성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깊은숨, 느린 발효’ 우리의 전통음식이 갖은 철학이자 맛이다.
평생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계승하는 일에 종사하는 귀빈식품 한안자 대표의 연구와 도전은 끝이 없다. 
30여 년 전 귀빈식품을 설립해 서울지역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에 당당히 입점했던 귀빈은 직원도 60명까지 둔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선두주자이자 자존심이다. 
전통장류 등의 상품화와 기업화로 직원이 40여 명으로 줄었지만 귀빈식품은 여전히 황산면 주부들의 일터이자 해남을 전통음식 고장으로 인식시키는 기업이다. 
자신이 건강했을 때 복원할 수 있는 전통음식을 되살려 놓아야 한다는 사명감, 그 일념이 이번엔 집장을 재현시켰다. 찹쌀죽과 고추장메주가루, 작은 고추와 고춧잎, 가지, 버섯 등을 섞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풀 두엄 속에 넣고 3~4일 발효시켰던 집장은 이미 사라진 음식이다. 
한 대표는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준 집장을 기억해 냈다. 할머니는 갖가지 마른 채소와 양념으로 버무린 내용물을 항아리에 넣고 항아리 입구를 하얀 창호지로 싸고 뚜껑을 덮은 후 밀가루 반죽으로 밀폐시켰다. 

▲ 집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썩은 두엄 속에서 발효된 집장은 맛이 새콤달콤하고 소화도 잘돼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그러나 너무 어릴 적 일이라 그 맛을 재현하기가 어려웠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집장의 생명은 만드는 시기란 걸 알았다. 보리 잎이 배처럼 부르기 시작한 4월과 벼 이삭이 배처럼 부르기 시작한 7월에 담아야 옛 맛의 집장이 재현된단다.  
한안자 대표가 재현한 집장은 상품화 돼 황산농협 마트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한 대표는 깨묵장도 상품화시켰다. 참기름을 짠 후 남은 깨묵을 메주에 넣어 3개월 동안 띄우고 여기에 한국간장에 물을 반 정도 섞어 만든 깨묵장은 비빔밥용 간장이다. 그 맛이 고소하고 달콤해 다른 음식에는 손이 가질 않을 정도다. 특히 귀빈식품의 깨묵장은 동치미 국물로 담아 그 맛이 시원하고 새콤달콤해 옛 음식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나 어린이, 젊은층도 반할 정도다.

▲ 깨묵장

귀빈식품은 여행용 반찬도 출시했다. 볶은 묵은김치는 맛도 좋지만 냄새가 없어 인기다. 외국 여행객들이 자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이 상품으로 나오게 됐다. 
볶은 고추장도 맛이 일품이다. 볶은 고추장은 쇠고기 등심과 양지 및 마늘 다진 것, 조청과 귀빈고추장으로 버무린 후 볶은 것이라 고추장 하나만으로도 식사 해결이 가능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귀빈은 삶은 콩을 으깨어 넣고 마늘과 쪽파 다진 것, 풋고추 등으로 양념한 상추 쌈장용 무침된장도 내놓았다.

 한안자 대표는 동국장으로 전통식품 명인 제40호 지정인이다. 귀빈의 동국장은 예전부터 청와대에서 즐겨 찾았고 지난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국빈 만찬 시 가자미 국을 끓이는 데 사용돼 다시 화제를 모았다. 한안자 명인의 동국장은 알이 굵고 고른 최고 품질의 대두재료로 발효시킨 메주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맥반석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후 용수를 넣어 간장과 된장을 걸러내는 가장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귀빈식품은 간장과 된장이 혼합돼 은은한 향이 나면서도 강렬한 끝 맛이 느껴지는 동국장으로 게장, 조개젓, 어리굴젓, 자애젓 등을 전통의 맛으로 살려냈고 동국장으로 만든 100여 가지의 음식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귀빈식품의 상품은 황산농협 마트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한안자 대표는 1992년에 귀빈식품을 설립해 1993년 장류 전통식품 품질인증, 1997년 전라남도 농업인 대상 수상, 2006년 전라남도 도지사품질인증, 2010년 식품명인 제40호 지정, 2017년 전남농업 70년을 빛낸 70인 선정, 유통 및 가공 분야 전남도 농업인 대상을 수상했다.
문의:귀빈식품(532-2416/전남 해남군 황산면 시등로 129-7)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