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선착장 인근에 위치
운영도 그룹 홈 아이들이

▲ 땅끝마을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카페 지져스153’은 땅끝지역아동센터 그룹 홈 출신 아이들이 성장해 직장에서 얻는 수익금을 모아 세웠고 운영도 그룹 홈 출신 아이들이 한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언니와 오빠들이, 해양대학교로 진학한 형이 뉴질랜드에서 남극기지까지 가면서 벌어온 돈을 모았다. 그리고 7000여만 원이 모아졌다. 그 돈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룹 홈에서 함께 살 비비며 살았던 동생들이 앞으로 살아나갈 동아줄이었다.
처음부터 카페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카페만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것도 아니었다.
취직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시대. 조금 느린 아이들이 세상과 조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만드는 일, 우리 스스로 그 공간을 만들어 같은 우리를 고용해보자는 의견에서 나온 카페이다. 

 땅끝마을 선착장 인근에 들어선 민들레 씨앗의 꿈 카페 ‘지져스 153’ 땅끝지역아동센터의 그룹 홈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공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카페에 놓는 테이블도 아이들이 직접 의견을 나누고 제작을 했다. 실내 인테리어 업자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손님의 동선을 고려한 의자 배치 등은 아이들과 나눈 의견의 결과물이다.
카페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6시에 열어 저녁 12시에 문을 닫는다. 아침에 첫 배가 6시 40분에 있기에 이때 사람들이 잠시 동안 앉아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쉴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선택한 시간이다. 이 의견도 아이들이 내놓았다. 이곳에서 김밥을 판매하자는 것도 이런 의견 속에서 나왔다.
베드로가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고기가 일백쉰 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요한복음 21장 11절). 카페 지져스 153(JESUS 153)이 갖는 의미다. 기독교인들에게 찢어지지 않는 그물 안의 153마리의 물고기는 가난에 대한 구제와 희망이다.  

“기자님은 희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1억 원을 어딘가에 기탁하고, 몇백만 원의 성금을 내는 것만이 희망은 아닌 것 같아요. 희망은 작은 민들레 씨앗과도 같아요. 그 야리야리한 씨앗이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일련의 과정이 희망이지 않을까 싶어요”
카페를 세우고 땅끝지역아동센터에서 그룹 홈 아이들을 상대로 희망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김혜원 대표의 말이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그렁그렁 눈가를 적시는 눈물은 카페를 세우고 운영하기까지 지난 4년여의 세월의 함축일 것이다.

 그룹 홈에서 성장해 세상 밖에서 활동하는 아이들과 함께 세운 카페,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실행했던 일련의 과정, 이 모든 것이 그룹 홈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만든 카페는 김 대표 외 그룹 홈 출신 3명의 아이들이 운영한다. 그중 한 명이 유수지(24) 씨다. 
김 씨는 제빵기술을 전공했다. 이곳에서 나온 제빵은 그녀의 솜씨다. 유수지 씨는 조금 느린 동생들의 자립을 위한 일이라 카페운영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카페는 인건비와 순수 재료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다른 동생들을 위해 적립한다. 큰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눔’의 기쁨도 함께 익힌다. 
김 대표는 받는 것이 익숙한 삶보다는 베푸는 삶이 즐겁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가 깨닫게 됨으로써 더 당당한 성인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이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해남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식재료가 우수하다고 했다. 고구마와 같은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해 고구마 라떼, 호박을 이용한 단호박죽, 그 밖에도 수프나, 밥과 같은 먹거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홈 아이들이 세상과 만날 또 하나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바람 넘실대는 땅끝 바다, 잔잔하고 너른 바다처럼, 한보 전진하는 그룹 홈 아이들의 맑음과 도약, 땅의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이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