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철이라 더 심할 듯
제발 없앱시다 행사장 의전

 

 새해를 맞아 많은 군민들이 목표를 세웠다. 금연 금주는 늘 챙기는 생필품이 됐고, 다이어트는 팔찌처럼 차는 액세서리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새로운 아이템을 더 보태고 싶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다름 아닌, 의전 다이어트다.
“올해는 지방선거도 있는데, 상반기 지역에서 행하는 축제나 문화행사를 참석하는 데 겁이 나요.”
지역 행사의 취지와 동떨어진, 지역인사들의 얼굴 알리기로 전락한 의전 행사를 두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 말이다. 
기념사, 축사, 격려사, 인사말로만 이뤄진 행사의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이 넘는다. 행사순서에 어울리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 내용이 독창적이라고 해도, 참석한 군민이 귀담아들을 이유가 없다. 말 그대로 지루하다.

 행사 주최 측 역시 시간을 함께해준 군민들을 위한다기보다, 내빈이 우선이다. 혹여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그러다 행사의 맥을 뚝 끊으면서까지 행사 중간에 소개하는 광경도 펼쳐진다.
‘한 자리 차지했으니, 한 말씀 하셔야지요.’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나. 기껏 행사에 참석했는데 자신의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유명인사는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행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판이다.
탈권위 시대에 의전해체 액션 플랜은 전국적인 흐름이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7월에는『의전의 민낯』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을까. 일간지 문화부장 출신인 허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사회 의전의 실체를 지적하며, 의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의전을 받는 사람에게는 뭔가의 권위를 살리는 방편이 되고 의전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습관이라는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영동군 포도 축제는 개막식 전반에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진행해 의전을 간소화했다. 

 해남의 각종 행사, 장황한 의전이 볼만하다. 행사장에 가기 겁나는 이유이다.
2007년 의전행사 간소화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 함안군의 사례, 의전절차의 내빈소개를 생략하고 내빈 초청 범위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사와 직접 관련 있는 기관 및 단체장만 초청하는 광주시의 사례, 행사 주최 측 대표자만 3분 이내 인사만 하고, 음악회나 연극공연, 교양강좌에선 주최 측 인사마저 생략하는 안동시의 사례, 모든 개회식을 20분 이내로 단축한 태백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무수한 선례를 남겼다.
‘그러면 말 한마디도 못하는데 내가 거기를 왜 가냐’라고 반문하는 지역의 저명인사가 있다면, 6·13일 날 가려야 한다. 
저명인사의 말 한마디도 더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축제를 진행하겠다는 주최 측도 변해야 한다. 지역의 작은 행사에도 권위 의식에 배인 의전, 그런 분들이 지역의 지도자라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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