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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와 추사 그리고 다산…누구랑 차 마실까
박영자 기자  |  hpak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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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5  14: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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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면 무선동 새금다정자 스토리가 있는 차방과 다기들

   
 


초의의 다선일미 차방

   
 

‘어허허 초의차에 환장한 사람이구먼
마치 양귀비에 중독된 사람처럼
분별없이 글을 쓰셨구만.
천하의 추사도 초의 차 없으면 
맥 못쓰고 꼬리 꺾이고 마는구만’

조선후기 추사체를 풍미시켰던 추사 김정희, 추사는 제주도 유배에서 차가 떨어지면 초의에게 차를 보내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다. 처음엔 간청에서 그리고 차츰 협박 조로 으름장까지 놓기 일쑤였다. 위 글은 초의가 추사에게 차와 함께 보낸 답서다.
새금다정자에는 초의선사와 교류했던 당대 차인들의 차방이 있다. 
먼저 동다송과 다신전을 지어 우리의 전통차를 복원한 초의선사의 차방. 이름은 다선일미(茶禪一味다.
차란 단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며 근본을 찾아가는 과정, 인간 상호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으로 인식했던 초의의 차 사상이 함축된 차방이다.
제주도에서 오매불망 초의차가 당도하기만을 기다렸던 추사 김정희, 그가 9년의 제주 유배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초의의 차였다. 추사에게 있어 초의차는 고단했던 시기의 의지 처였고 답답한 심사를 달래주는 지인이었다.  
추사는 초의차를 받고 보답하는 마음에서 직접 쓴 명선(茗禪) 글씨를 초의에게 보낸다. 추사체의 대작으로 꼽히는 ‘명선’ 은 새로운 방식의 선(禪) 운동을 펼치는 승려라는 의미로 추사가 초의에 보낸 가장 큰 찬사였다. 
초의의 다선일미 방에는 ‘명선’ 글씨와 추운 후에야 잣나무와 소나무의 푸름을 알게 됐다는 추사의 ‘세한도’가 걸려있다.

 

추사의 과지초당 차방

   
가족찻자리

이곳엔 추사의 차방도 있다. 차방 이름은 과지초당(瓜地草堂)이다.
과지초당은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 동안 머물렀던 과천에 있는 별서로 제주 유배지에서 풀려나 세상을 떠나기까지 말년의 예술혼을 불태웠던 곳이다. 
추사가 세상을 뜨자 제문을 지어 ‘저 세상에 가서 다시 만나 새로이 인연을 맺자’라고 했던 초의.   
‘조용한 가운데 혼자 앉아 차를 마심에 그 향기는 처음과 같고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저만치 홀로 피니’라며 초의 차를 예찬했던 추사.
두 사람에게 있어 차는 다선삼매였고 우정이었다. 초의와 추사의 차방에서 만난 찻잔과 차 향 속엔 그들의 우정이 그렇게 또 그렇게 울림으로 온다.

 

다산의 자하산방 차방

   
매화꽃잎차

초의는 다산 정약용과도 교류했다. 다산의 차방 이름은 자하산방(紫霞山房). 
스무 네 살의 젊은 스님 초의와 마흔여덟의 대학자 다산과의 연령을 초월한 만남.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배운 시학과 학문은 훗날 초의가 사대부들과의 교류를 풍요롭게 하는데 원천(源泉)이 됐고 차 문화를 중흥할 수 있었던 터전이 됐다. 

내 항상 자하동(다산초당)을 그리워하니 
꽃나무들 지금 한창 우거졌겠다. 
장마비가 괴롭게 길을 막아서 
봇짐 묶고 20일을 지나 보냈네.
<중략) 
슬프다 일곱 자의 몸뚱이로는 
가벼이 날아올라 갈 수가 없네. 

비 때문에 다산초당엘 가질 못한 초의의 간절함이 뭍은 시이다.

송라(松蘿)가 드리워진 좁은 돌길은 
구불구불 서대(西臺·다산초당)와 가까이 있네.  
이따금 짙은 초록 그늘 속으로 
적막히 스님 하나 찾아오누나. 

다산초당을 찾아온 초의에 대해 다산이 쓴 시다.
다산이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 다산초당 옆엔 자하계곡이 있었고 정약용은 자신의 호를 자하도인이라 칭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세상을 주유했던 초의에게 다산은 단비였다. 유학자인 다산에게서 차와 논어를 배우며 세상의 이치를 깨친 초의, 유학자와 불자의 만남으로 조선은 차의 부흥시대를 맞게 된다. 

조선의 여성차인 정야숙다 차방

   
 

초의는 중국차가 아닌 우리차를 복원시킨 동다송을 왜 저술하게 됐을까.
동다송은 정조대왕의 부마였던 홍현주가 차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초의에게 차 이야기를 기록해 달라고 부탁한 데서 탄생했다. 
새금다정자에는 홍현주의 어머니이자 조선후기 대표 여류 차인이었던 서씨 부인을 위한 차방이 있다. 
이름은 정야숙다(靜夜熟茶). 영수합 서씨는 조선시대 여성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 192편의 시가 실린《영수합고》라는 문집을 남겼고 그 안에는 10편의 차시가 실려 있다.
이곳 차방엔 해남의 대표 여류 차인인 이순이 씨의 미인도가 걸려 있다.
 

고산의 무선정 누각차방

   
 

어느 차방에서 어떤 차를 마실까. 새금다정자에서 느낄 수 있는 풍요이다.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차방이 아닌 두륜산의 정기와 삼산들녘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싶다면 무선정(舞仙亭)을 권한다. 누각에 차려진 무선정은 고산 윤선도의 차방이다. 현산면의 금쇄동과 완도 보길도에 원림을 짓고 시를 지었던 윤선도, 그의 꿈은 신선이었을까. 무선정은 신선이 되길 기원한 윤선도의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무선정에 앉아 윤선도는 오우가를 노래했을까. 고산이 노래했던 다섯 친구, 물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읊으며 마시는 차 맛, 지인들과 번갈아 가며 시 한 구절씩 읊어볼 공간이다. 
새금다정자의 모든 차방에는 차와 관련된 책들과 회의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찻자리가 마련돼 있다. 직접 차를 우려먹을 수 있는 공간, 온전히 자신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쉼과 수다를 떨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인 다연묵향(茶煙墨香)도 있다. 
책 향이 물씬 풍기는 곳에서의 차 수다, 수다에 지치면 책과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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