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없지만 남창장의 명물
김용임 할머니 정에 간다 

▲ 남창장 팥죽집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정이 듬뿍 묻어나는 가게다.

 남창장 안에 있는 팥죽집, 이 가게도 간판이 없다. 그저 팥죽집이다. 팥죽집이라고 부르면 그 집이 이 집이다. 장터 사람들의 말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쫀득하게 말아 올라가는 팥죽 국수만큼이나 그들의 말은 달디 달았다.
노래도 잘 부르고, 장터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바쁠 때면 미쳐버리게 만드는 영감탱이들이 술 안주거리를 가져오면 그놈의 정 때문에 한 상 차려준다는 김용임(70) 씨가 팥죽집 주인이다. 정도 강도에 따라 양념장 가격을 3000원 받기도 하고 5000원 받기도 하고 때론 1000원 가격에도 해준단다. 팥죽집에서는 팥죽만 파는 것이 아니다.

 주로 80대인 장터 인생 노익장들의 근근한 아지트 역할을 한다. 어르신들 구미에 맞는 노래가 공간을 휘돌고, 난로에 올려놓은 노란 주전자에는 펄펄 옥수수물이 끓는다. 
해남의 사투리인 “앳쇼”하는 소리와 덜커덕 놓이는 팥죽 그릇들. 벌써 10년이다. 배고픈 시장의 아주머니들이 “언능 갔다주라”고 성낸다는 김 씨. 때론 농을 치듯 배고픔의 밀당이 오고 가기도 한다. “끓이고 있어라.” 한마디면 시장의 장꾼들도 느긋이 기다린다. 넉넉한 인심에 각종 농들이 넘나드는 곳, 껄껄 웃으며 넘어가는 팥죽 맛, 맛도 맛이지만 할머니의 구수한 농소리가 더 정다운 곳이다.

 노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장날에만 팥죽을 끓인다는 김 씨다. 따라서 김 씨를 보려면 남창장날에만 가야 한다. 바로 밀면 지글지글, 쫄깃쫄깃해질 때까지 숙성시킨다는 밀가루 반죽. 어린시절 시장에 가면 노래가 생각났다. 시장에 가면, 배추도 있고, 사과도 있고 하며 부르던 노래. 남창장에 가면, 팥죽집도 있고, 농담도 있고, 넉넉한 인심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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