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간 우수영의 풍물
단골도 주인도 함께 늙고

▲ 농촌 어르신들의 여전한 간식거리인 뻥튀기, 우수영장 뻥튀기 가게는 50년째 장을 지키는 풍물이다.

 우수영장의 풍물인 뻥튀기 가게, 물론 가게이름은 없다. 좌판에서 하는 뻥튀기 가게지만 모두 뻥튀기 가게라 부른다. 50여 년 째 뻥튀기를 주업으로 삼아온 김삼순(68) 씨는 쌀 한 되에 150원 하던 뻥튀기가 지금은 5000원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장작으로 피우던 기계는 할매 말로 색유(석유)로 바뀌었다. 쌀과 옥수수, 떡국, 그리고 예전 그대로인 사카린이 여전히 뻥튀기의 재료이다. 지금은 읍장, 남리장에도 기계를 놔두고 뻥튀기를 한다는 김 씨다. 

 세월을 튀겼을 김 씨의 뻥튀기에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그것은 전화통화에서 들리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밥 먹었냐 그라믄? 새벽에 왔다 갔냐? 알았다. 감기 들것다. 나 잊어불고 밤나 잊어불고. 아부지 전화항께 뭐라 하든?” 새벽 일찍 나와 한데서 뻥튀기를 파는 엄마가 안쓰러워 걸려온 자식의 전화이다.
60~80년대, 뻥튀기는 겨울철 군침 도는 주전부리였다.
강냉이, 쌀, 떡국 등을 잘 말렸다가 호리병형 기계에 넣고 일정한 온도를 가하면 펑 하고 튄다고 해서 붙여진 뻥튀기. 한 됫박의 강냉이가 한 포대로 바뀌는 요술적인 장면에 당시의 아이들은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기에 바빴다.

 김 씨의 50여 년의 세월은 그런 추억담이 담벼락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의 함성으로 채워져 있다. 군입거리가 없던 시절, 튀밥은 까끄름하고 텁텁한 맛이 지나고 입에서 녹다 보면 어느새 단맛이 찾아와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였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요즘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식품이다.

 생쌀과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일 만큼 부풀어지는 튀밥, 튀밥을 튀러 오는 고객은 노인들이다. 버스를 타고 온 할머니들이 오는 시간이 뻥튀기 가게가 바빠지는 시간이다.
세월이 흘러 김 씨는 엄마 손을 잡고, 혹은 친구들끼리 구경을 했던 어린아이가 이제는 손자 손녀를 데리고 장터에 찾아온다고 했다. 예전의 아이들처럼 뻥튀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고사리손으로 뻥튀기를 베어 무는 아이를 보면 즐겁다고 한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