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작가 지음/ 사계절 펴냄

 

 ‘일회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는 것들도 많지요.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도시락 등, 사람이 가게 진열대 위에 있는 물건처럼 사용기한, 유통기한, 가격 따위를 새긴 채 사갈 사람을 기다리는 꼴이 되어 버린 겁니다’ 
바닥에 밀걸레 질을 하는 마트직원에게 매니저는 물이 흥건하다고 야단이다. 고객이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마트 점장은 매출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과장에게 직원들의 해고를 지시한다. 그 직원은 대개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계약 기간의 위반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사소한 인격 모독, 자리 빼기, 자진 사표 제출을 강요한다. 그것을 지시하는 매니저도 일회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명찰이다.
2012년『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 직업을 설명하는 어린이 책은 많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왜 사람은 쾌적한 환경에서 돈을 벌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책은 없었다.

 아침에 파이팅을 하고 점심때 사람을 괴롭히고 저녁에 그 사람이 울며 나가는 풍경이 있는 비정규직 사회. 슬픔을 무겁지 않게, 그리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기간제 선생님과 정규직 선생님들은 다를 것이 없다고, 그것은 어른들의 부적절한 시스템일 뿐 너희를 가르치는 능력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들이 모였다. ‘더작가’는 2008년 일제고사를 반대하던 교사들이 해직되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뜻있는 어린이책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용산참사, 희망버스,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 지원 등 사회 여러 문제에 참여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자라나는 세대가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알아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꿈, 의욕, 열정만으로 젊은 세대들이 살아야 할 청사진은 없다. 마땅히 어른 세대들은 지금의 현실을 뒷 세대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새로운 차별을 조장하는 비정규직 제도 철폐를 과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와 여섯 편의 동화로 구성돼 있다. 엄마가 왜 학교 운동회 때 오지 못했는지, 이모가 무엇 때문에 웅장한 무대나 공연장이 아닌 거리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지에 대한 속사정을 가만가만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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