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로 살고 있니』  김숨 저/  마음산책 펴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 평범하게 사는 밥벌이의 괴로움은 소설가 김훈도 이실직고한 바 있다. 사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예상하지 않았던 곳으로 나의 공간이 옮겨졌을 때 느껴지는 부담감, 미처 우리는 나 자신에게도 닿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자명한 사실을 나는 잊고자 합니다. 나 자신 또한 우주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을 찢고 태어나던 순간에요.”
‘혼자입니다’ 하고 이루어진 살덩어리들, 그것의 성분은 물과 흙이라는 성서의 말을 곧이 차용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를 둘러싼 성분에서도 온전히 닿은 적이 없었다. 
익숙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습관처럼, 버릇처럼 매일 반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온전한 나 자신에게서 직접 생산된 작물, 그런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주위의 평판, 신분적 위치, 경제적 상황 등이 오로지 자신이라고 믿는 신앙,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틴 시간. 그것은 찰나일 수 없는 인생 부분의 스냅사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위해 수많은 판본이 있는 것처럼. 여러 장의 판을 빠르게 훑으며 그것이 영상으로 봤을 때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듯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수많은 스냅사진들의 연속성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 말이다.
소설은 자신에게 가기 위해 9개의 챕터를 준비했다. 응시, 몸, 시간, 벽, 거울, 새, 복숭아, 하루, 빛이 그것이다. 상대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을 거는 방식은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사용한 관계 맺기 방식이다. 

 소설은 병실 내부, 간병 대상의 숨소리, 몸, 움직임, 마음에서 울리는 대화, 병실 바깥의 자신의 배우로서의 무대 경험, 그 과정에서 맺은 인연 등의 관계 맺기 방식의 어색함을 이야기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 가장 어려울 수도 있다는 가설을 검증이라도 하는 듯했다.
사실 우리의 삶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단적일 수는 없다. 작가 김숨은 소설이 갖는 전통적 서사 방식을 고수하면서 우리말의 진미를 잘 살린다는 평을 받는다. 일상의 언어, 일상의 삶이 지쳐 특별한 사계절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거치는 간이역이라 생각하고 열독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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