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으나 하지 않은 날들이 좋았다』  
강회진 저 / 문학들 펴냄

 

 머리를 감아도 초원 냄새가 났다는 강회진 시인의 서술은 인상적이다. 
강회진 시인의「했으나 하지 않은 날들이 좋았다」는 몽골에서 사귄 말들의 사진과 짧은 글로 독자를 찾는 포토 에세이집이다. 
“몽골 사람들은 고민이 있거나 위안이 필요할 때 엄마 바위를 찾아간다. 바위 주변에 보드카와 향, 우유, 그리고 하닥이라 불리는 실크 스카프를 올린 후 세 가지 소원을 빌며 바위 주변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돈다. 혹은 바위 앞에 엎드려 한참 동안 바위와 이야기를 나눈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들의 뒷모습은 너무도 절실해 차라리 경건해 보인다.” 
자연물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 있는 인간의 시간이다. 시간은 공간에 흡수돼 미덕으로 남아 이들 몽골인의 삶에 녹아있다. 
“몽골의 바람과 초원에 질문을 띄웠다. 자연을 닮아라. 게르 문을 열고 바다 같은 호수를 들여다봐라. 사부작 봄비가 그친 날 척박한 겨울 땅을 뚫고 나온 꽃잎의 주름을 살펴라. 사막에 몸을 기대고 울음소리를 베개 삼아 드넓은 하늘을 쳐다봐라. 다정하게 별은 밤하늘에 반짝일 것이며, 내 생의 절반을 낭비한 쓸쓸한 욕망의 뒤안길을 조금은 멀찍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글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했다. 글이란 무엇이고, 메시지는 내 삶에 무엇을 투영하는가. 책의 추천사를 쓴 몽골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는 “조선의 연암 박지원이 ‘울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강회진 시인의 포토 에세이집은 나에게 ‘읽어서 울 수 있고, 울 수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된 것이다”고 감상을 술회했다.
울 수 있기에 행복을 느끼게 해준 책.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종아리를 마사지 할 수 있게 해주는 책. 우리라고 몽골로 가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어린 시절 무탈 없이 깔깔대며 웃으며 뛰놀던 곳을 닮아 있는 몽골의 너른 초원이 책에 있다.
강 시인은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작가 파견 프로그램 덕분에 몽골에서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았다. 그때의 감성을 조각한 것이 이 책이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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