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분권개헌 시민단체 토론회 마련
27일 나주문화원 도로명 정책에 대한 쟁점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진 새주소로 인해 촌락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름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새주소 정책으로 이한 농촌공동체 파괴 위험을 경고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오는 28일 오후 2시 나주문화원에서 열리는 ‘전래지명과 도로명 정책에 대한 쟁점’ 토론회는 남도민속학회(회장 이윤선)와 지방분권전남연대(회장 박상일)가 마련한다. 
김희태 문화재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토론회는 도로명주소의 폐해에 대해 민속학자들과 지방분권개헌 관련자들이 나선 전남 최초 토론회이다.
도로명 주소로 인해 행정의 모든 서류와 새로 발급되는 주민등록에 마을이름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해남군에 존재했던 514개 마을이름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마을은 공동체 기반의 가장 기초단위이다. 그런데 도로명 주소는 동네라는 공간적 개념 대신 도로를 중심으로 한 선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명 주소는 마을을 중심으로 성장한 농촌의 공동체를 급속히 파괴시키는 재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주장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주로 대도시에 맞춰 진행된 반면 이번 나주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농촌의 폐해에 맞춘 첫 토론회이다. 
지방분권연대 박상일 회장은 “도로명 주소는 마을단위로 형성된 정서적 연대, 문화와 역사 등 농촌의 공동체 붕괴를 급속히 불러올 것이다”며 “이러한 폐해를 진단하기 위해 민속학자들과 분권개헌 시민단체가 나서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농촌마을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고 그 공간 안에서 마을의 문화와 역사, 공동체가 형성됐다. 또 마을이름에는 그 마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익숙한 주소는 내가 사는 동네라는 공간적 개념이다.
이와 달리 역사가 극히 짧은 미국은 도로를 중심에 놓고 계획적으로 도시를 만들었다. 당연히 바둑판처럼 펼쳐진 미국은 도로명주소가 적합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수 천 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화된 지번 중심의 주소를 도로와 건물 중심의 미국식 도로로 개편해 버렸다. 
신주소 정책은 김영삼 정부시절 국민생활편의 도모와 물류비 절감, 국가경쟁력 강화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의 발달 등으로 환경이 변화했는데도 도로명주소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나섬으로써 더 복잡한 도로명 주소가 탄생되고 말았다.
해남의 경우 514개 존재하던 주소가 새 주소로 인해 2개 ‘대로’와 37개 ‘로’, 640개 ‘길’ 등 700여 개에 이르는 주소명이 탄생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공모사업은 공동체 강화, 유대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신주소 정책은 삶의 공동체에서 오는 인간의 동질의식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아 정부의 공동체 정책과 동떨어져 있다. 
또 문재인 정부들어 분권개헌이 화두로 대두됐다. 분권개헌의 기초단위도 마을이다. 
그런데 촌락이라는 공간중심으로 탄생된 한국의 지명 전통을 철저히 무시하고 도로와 건물 중심으로 바뀐 도로명 주소 앞에 농촌공동체는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다. 4대강 사업보다 더 큰 재앙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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