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모여라 ⑤영수]

해남 해방둥이도 영수 영식 가능 흔해
영수는 해방 후 가장 흔한 남자이름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후 남자 이름 중 가장 인기있었던 이름이 영수이다. 영수란 이름은 1945년과 48년, 58년에 가장 많이 지어진 이름 1위였다.

이름은 그 사람의 이미지 자체, 한 개인의 이미지이자 삶의 표상이기에 사람들은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1945년 이후 태어난 해방둥이 남자 이름에는 영수, 영호, 영식, 영길, 영일 등 ‘길 영(永)’자가 가장 많다. 45년에 이어 1948년 출생 신고된 남자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도 영수(942명)였다. 영호(795명) 영식(773명)이 뒤를 이었다. 일제강점기 말 전쟁과 질병 등으로 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대라 장수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특히 영수란 이름은 목숨을 오래 유지하라, 으뜸으로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은 한자를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1958년에도 영수(1488)란 이름은 1위를 차지했고 영철(1352), 영호(1309)가 그 뒤를 이었다. 해남에 거주하는 영수 씨 대부분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이상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해방된 이후 태어난 남성들이다. 이름이 시대상을 반영하듯 해남에도 해방이후 태어난 남자 이름 중 영수와 영식 이름이 가장 흔하다.  

해방둥이 남자 이름에 ‘영’자가 주로 사용됐다면 여자 이름엔 ‘자’가 흔히 사용됐다.

해방 되던 해 태어난 여성의 이름은 영자, 순자 등 대부분 ‘자(子)’ 자로 끝났다. 1945년 여자 이름 상위 10개 이름 중 ‘자’로 끝나지 않은 이름은 9위를 차지한 정순이 유일했다. 1위부터 영자, 정자, 순자, 춘자, 경자, 복자, 명자, 숙자, 정순, 화자 순이다. 영자(9298명), 정자(8995명), 순자(8314명) 등 같은 이름의 여성은 1만 명에 이를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흔한 이름인지 알 수 있다. 여성 이름에 ‘자’자가 많은 것은 일본식 이름(~꼬·子)의 잔재 때문이다.

이름도 유행을 탄다. 해방둥이 남자 이름에 ‘영’자가 많았다면 고속성장시대인 1975년에는 정훈, 성호, 성훈, 성진 등 남자 이름에 ‘공 훈(勳)’자나 ‘이룰 성(成)’자가 많았다. 산업화 시대를 반영하듯 재력이나 권력에 대한 부모의 염원이 이름에 담겼다.  

여자 이름도 1975년 상위 10개 중 ‘자’로 끝나는 이름은 없다. 미영, 은정, 은주 등 ‘미(美)’자나 ‘은(銀)’자 등 아름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이름이 대세를 이뤘다.

1980년대 후반은 조기교육 열풍으로 아이들 이름에는 ‘알 지(知)’ ‘지혜 지(智)’ ‘슬기로울 혜(慧)’자가 주로 등장했다. 남자 이름 지훈은 1988년과 1998년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1988년 여자 이름에는 지혜, 지은, 수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 선호 이름은 다시 변화했다. 2008년 남자 이름 선호 순위는 민준, 지훈, 현우이고, 2014년에는 4월 기준 민준, 서준, 주원이 인기가 많았다. ‘민준’의 경우 옥돌 민(珉)과 높을 준(峻), 준걸 준(俊) 등이 주로 쓰였는데 이는 부(富)와 성공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자 이름 상위권에 서연, 민서, 지원, 지민 등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 많은 것으로 변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결과이다.

영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인 육영수 여사이다.

대한민국 5~9대까지 18년간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이다. 남편과 딸이 대통령을 한 유일한 여성이지만 남편과 본인이 암살을 당한 비운의 여인이기도 하다.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은 40대 이상이면 대부분 기억한다. 항상 같은 머리에 한복차림을 하고 어린이와 함께 한 단아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물론 육영수 여사는 해방둥이가 아니다.

해남둥이에 ‘영’자가 들어간 이름이 많아서인지 그동안 게재된 ‘같은 이름 모여라’ 연재기사 모두 ‘영’자가 들어간 이름이었다. 영자, 영삼, 영희, 영철, 영수 순으로 연재가 됐다.

8만 군민 중 같은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인연 중에서 큰 인연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영수 모임 한번 해보실 의향은 없으신지.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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