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각종 조형물, 시대는 다르지만 모두 희망 표현
요즘 조형물 추상성 강화됐지만 주제는 여전히 희망

 

 

모든 조형물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재질과 크기, 작품의 미적 수준 등을 통해 우린 작품에서 시대정신을 읽습니다.
작품마다 그 시대의 사상과 흐름을 함축하고 있지만 희망과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마산면 은적사 철불과 대흥사 북암의 마애여래좌상은 고려 초 호족세력들의 기상과 희망, 여망을 담고 있습니다. 
대흥사 대웅보전의 석가여래 좌상은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광해군 때의 희망과 꿈을 담았고 울돌목의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은 현대의 인본주의 정신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유신정권 시절, 우리 사회는 획일성을 요구받게 됩니다. 야간 통행이 금지되고 남자들의 긴 머리가 금지된 시절, 미술 분야도 획일성이 지배합니다. 박정희 정권 때 들어선 건축물은 탁탁한 디자인에 색은 흰색 계통이었습니다.
또 모든 학교 교정에 똑같은 동상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것도 이 시대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조형물은 추상성이 강해지고 작품의 재질도 다양화됩니다.
해남의 상징 이미지가 어떠한 추상성으로 표현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태고의 단순함 공룡 뼈로 표현
해남관문 공룡 뼈 아치조형물

▲ <해남관문 아치형 공룡 뼈> 희망찬 해맞이의 땅, 공룡이 뛰어놀았던 태고의 땅 해남과 반복되는 뼈마디를 통해 지구 태초의 단순함을 표현했다.

저게 무얼까. 
강진 성전에서 해남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조성된 공룡 뼈 조형물을 접한 대부분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른들은 작품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반면 어린아이들은 보는 순간 공룡 뼈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추상성이 아닌 사실적으로 표현된 작품을 주로 접한 어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겠지만 공룡에 관한 각종 그림이나 캐릭터 등을 어린이들이 더 많이 접해본 결과일 것입니다.

해남관문인 계곡면 도로변에 설치된 아치조형물은 현대적 감각으로 공룡 뼈를 추상화시킨 작품입니다. 공룡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작품의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절제된 단순미를 취했습니다. 200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전남 최초로 설치된 도로 아치조형물로 땅끝과 공룡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명은 ‘빛 태고로부터’.
세계를 비추는 햇살 이미지를 형상화해 희망찬 해맞이의 땅, 공룡이 뛰어놀았던 태고의 땅 해남을 상징화시켰고 반복되는 뼈마디를 통해 지구 태초의 단순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생태계는 너무도 복잡할 것 같지만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고 그 패턴은 단순합니다. 따라서 작품은 무한정할 것 같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태초의 지구, 태고의 해남을 극히 단순화했습니다. 
공룡은 상상의 동물입니다. 상상의 동물이다 보니 추상적 표현보단 실물적인 표현을 더 취합니다. 우항리 공룡박물관 주변에 조성된 공룡들이 추상성보단 사실성을 취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곳 조형물은 도로아치답게 공룡을 추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공룡의 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아치조형물은 스테인리스 스틸 금속재질과 화강암으로 제작됐습니다.

태고의 해남땅끝 희망 표현
땅끝조각공원 조각품들

▲ <해남군민광장 조형물> 힘차게 날개 짓 하는 익룡을 통해 비상하는 해남군의 기상을 표현했다.

한때 각 지자체는 도시 상징물을 새와 꽃, 노래로 표현했습니다. 해남도 군화는 동백, 군조는 갈매기, 노래는 해남아가씨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상징물은 어디로 사라지고 도시의 정체성을 디자인적 영역으로 확대시킵니다. 이는 미술의 대중화이기도 합니다. 
해남에도 해남관문의 공룡 뼈 아치조형물에 이어 송지면 사구리에 위치한 땅끝조각공원에 땅끝의 희망과 기상을 표현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있습니다. 특히 땅끝조각공원에는 땅끝의 기상과 희망을 작가들마다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조각 작품의 재료도 화강암에서부터 청동,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합니다.
이곳 조각품 중 해남 출신 이동훈 작가의 바다의 향기는 땅끝의 희망과 기상을 표현했습니다. 
이동훈 작가는 울돌목에 있는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 동상을 만든 이입니다. 이동훈 작가 작품은 땅끝의 신비로운 세계를 절제된 형식으로, 생명의 경이로움과 환상, 대자연에 대한 모습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특성을 살려 극대화 시켰습니다. 
해남군민광장 도로변 쪽에 서 있는 조형물도 이동훈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 기단부는 해남군 14개 읍면을 상징하고 상층부는 힘차게 날개 짓 하며 비상하는 해남군의 기상, 맨 위 상징물은 해남 상징인 익룡(해남이크누스)을 형상화했습니다.

민초의 희망 담긴 돌부처
미황사 1000개의 부처님

▲ <미황사 돌부처> 다양성을 추구하는 21세기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에는 1000개의 돌멩이로 부처를 표현한 작품이 진열돼 있다.

 21세기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사고영역의 확장을 불러왔습니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시대는 예술영역에도 다양성을 불러옵니다. 신성한 영역으로 여기는 종교에도 다양성이 등장합니다. 
특히 불교는 각 나라의 토속신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듯 예술 영역에서도 다양성을 받아들입니다. 특히 민초의 성향이 강한 미황사가 더 그렇습니다.
1000의 숫자는 무한의 숫자입니다. 그래서 중생은 1000을 염원의 숫자, 완성의 숫자로 받아들입니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 운주사의 천불도 인간 염원의 상징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의 개벽을 꿈꿨던 민초들의 염원이 담긴 불교 조형물이지요.
화순 운주사가 이루지 못한 천불의 꿈, 그 꿈이 미황사에서 이뤄졌습니다. 
범접하기 힘든 법당의 부처에 비해 못생기고 볼품없는 부처들, 그러한 부처들이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에 놓였습니다. 미황사 1000개의 부처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부터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 등 모양과 생김새가 다 다른 돌멩이 부처들입니다. 
모든 중생에게는 부처의 심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천불사상, 미황사 자하루 돌멩이 부처도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박영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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