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기념홀 전남대에 건립
타계 25주년 맞은 내년 초 오픈

▲ 80년대 저항의 아이콘이자 해남 삼산면 출신인 김남주 시인 기념홀이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건물에 들어선다.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이 /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이 / 저 창살에 햇살이 깊어가는 가을 따라 자꾸자꾸 자라나 / 다람쥐 꼬리만큼 자꾸 자라나 / 내 목에 와서 감기면 누이가 짜준 따스한 목도리 / 내 입술에 와 닿으면 그녀와 주고받던 옛 추억의 사랑
 
저 창살에 햇살이
저 창살에 햇살이
(김남주의『저 창살에 햇살이』 중)
 
0.75평 방, 그 작은 공간에 유폐 당한 그에게 매일 말을 건네 오는 창살 넘어 햇살, 햇살은 그에게 살아있음을, 한 인간으로서 존엄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속살거렸다. 그 속삭임에 그는 전투적인 시어로, 때로는 서정적인 시어로 답을 했다.
김남주, 
80년대 저항의 아이콘이었던 시인은 그 작은 공간에서 내면에 숨어 살아 움직이는 시어를 뱉어냈다. 우유곽에 또는 화장지에 써 내려간 시는 교도관 또는 동생을 통해 세상으로 나왔다.
감옥에서 나온 첫 번째 시집『진혼가』, 그리고 두 번째 시집『나의 칼 나의 피』, 세 번째 시집『조국은 하나다』가 유폐당한 공간에서 나온 것이다.
그의 시가 밖으로 전해질 때마다 대학가와 노동현장, 민주화투쟁 현장이 들썩거렸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복사본 시집, 시인이 감옥에서 몰래 썼듯 밖으로 나온 시들도 몰래 읽혀졌다.
사상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기본적인 사회과학 서적마저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70~80년대, 시인은 자유와 해방의 위대성을 외쳤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떠한 억압으로도 짓밟힐 수 없다는 것을 그는 0. 75평 방에서 설파했다.            
일제강점기 이육사 시인에게 있어 시가 조국해방의 무기였다면 분단시대의 김남주에게 시는 민주화와 통일의 무기였다.

오늘 밤 또 하나의 별이 / 인간의 대지 위에 떨어졌다 / 그는 알고 있었다 / 투쟁의 길에서 / 자기 또한 죽어갈 것이라는 것을 / 그 죽음이 결코 / 헛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 그렇다 그가 흘린 피 한 방울 한 방울은 / 어머니인 조국의 대지에 스며들어 / 언젠가 어느 날엔가는 / 자유의 나무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며 /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 그 열매를 따 먹으면서(김남주 시『전사2』 중)  

시를 통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김남주는 조국은 하나다는 시를 통해 통일을 외쳤다.

오르막길 위에도 쓰고 / 내리막길 위에도 쓰리라 / 조국은 하나다 라고 / 바위로 험한 산길 위에도 쓰고 / 파도로 사나운 뱃길 위에도 쓰고 / 끊어진 남과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 오 조국이여 /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이여 이름이여 / 나는 또한 쓰리라 / 조국은 하나다고(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 중)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절절함을 시로 표현했던 시인은 조선의 마음이 담긴 서정시도 남겼다.

찬서리 /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김남주의『옛 마을을 지나며』 중)

1946년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에서 태어난 시인은 명문 광주일고에 입학하지만 획일적인 교육에 자퇴해버린다. 
그리고 고졸검정 고시를 거쳐 전남대 문리대 영문과에 입학한다.
대학 재학 중인 1972년 유신 헌법 선포에 맞서 반유신 투쟁 지하신문『함성』을 제작해 배포하고 이어 1973년『고발』을 제작하다가 체포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다시 투옥되지만 국내외의 석방 운동에 힘입어 1988년 12월에 출옥했다.
시인은 1994년 2월13일 췌장암으로 타계해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안장됐고 2010년 전남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한편 고 김남주(1945~1994) 시인의 삶과 문학적 유산을 기리는 김남주 기념홀과 기념공간이 모교인 전남대학교에 건립된다.
전남대 및 총동창회, 전남대민주동우회, 한국작가회의 회원, 친구와 선후배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된 ‘김남주 기념홀 건립추진위원회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 오후 4시 전남대 인문대 1호관에서 추진위 출범식 및 건립계획보고회를 개최한다.
김남주 기념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내 인문대 1호관 113호 강의실에 꾸며지며 김남주 시인 타계 25주년인 내년 개관한다. 
그동안 시인의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은 시인을 기리기 위해 삼산면 봉학리 생가를 복원했고 광주중외공원에 시비를 건립했다.
또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가 주축이 돼 매년 김남주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시인이 서거한 20주년을 기념해『김남주 시전집』(염무웅․임홍배 엮음)과『김남주 산문전집』(맹문재 엮음)을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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