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두고 한문집도 발간
화산면 방춘리 명광재씨

▲ 화산면 방춘리 명광재씨는 팔순을 앞두고 한시집과 한문집을 각각 발간했다.

 자신의 팔순을 더욱 값지게 기억하기 위해 40여 년 동안 쓴 한시를 모은 한시문집과 일상생활용어 1500자를 엮은 한문집을 출간한 이가 있다.
화산면 방춘리에 거주하는 명광재(79) 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0년 출생인 그는 내년 2월 팔순을 맞는다.    
그는 한시로 고향을 읊었고, 삶을 이야기한다. 딱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까지 40년의 세월은 더함도 덜 함도 없이 흘러갔다. 따라서 그의 한시문집은 세월의 감성을 기록한 그의 일기였다. 그에게 있어 한시는 삶에 눌려 자칫 흔들릴 것 같은 인간의 도를 다잡는 혜안의 안내서였다. 
그에게 있어 해남은 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중 그가 살고 있는 화산면은 날이 저물면 저무는 대로 기쁨과 슬픔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풍부한 감성은 한시가 준 넉넉함의 결과였다.
그는 자신이 한시를 써가며 느낀 즐거움을 후학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망으로 이번 한시문집과 한문집을 발간했다. 예전 증조할아버지처럼 회초리를 드는 것이 아닌 삶으로써, 지혜로써 후학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이다. 이러한 여망으로 (사)전국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 소속 본연합회 지도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가 한문을 접하게 된 것은 증조할아버지 때문이다. 증조할아버지는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지낸 명한용 씨이다. 그는 어린 시절 증조할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아가며 한자를 익혔다. 엄한 증조할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미 한문을 익힐 수 있었다.
그는 20대부터 장사를 했다. 화산남초 부근에서 문구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소주와 막걸리 도매에도 손을 댔고 이후 생선판매를 시작했다. 어느덧 화산초등학교 부근에서 장사를 한 지 40여 년이 훌쩍 흘렀다. 
시간이란 쏜 화살과 같아 금방이었다. 거울에 비친 허옇게 서리가 내린 머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며 자신을 지키며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것은 어릴 적 배운 한문이었다. 한문은 딱딱하고 어려움보다 인간의 삶을 안내하는 지혜의 골목이었다. 그 골목을 돌아다닌 결과가 지금 한 권의 문집으로 엮은 한시이다.
한시는 생선판매를 시작하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썼다.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나름 사색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요즘에는 젊은 시절과 달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더욱 한시 쓰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나이 먹어 여기저기 쑤시는 데도 많지만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수양한다.
그는 슬하에 1남 4녀를 두고 있다. 자신의 나이 먹은 것은 보여도 자식의 나이 먹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물가에 내 놓은 것 같은 심정으로 살다보니, 어느새 자식의 자식들이 할아버지 하고 그를 불렀다. 이제 그 작은 것들이 문집 출간을 축하해준다며 띠엄띠엄 말을 건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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