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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라진 도로명주소…농촌공동체 무너진다
박상일/지방분권전남연대 수석상임대표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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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13: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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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언-도로명주소 폐기운동 왜 필요한가

   
▲ 유목민문화가 기초를 이룬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미작중심의 촌락문화가 발달됐다. 따라서 유목민은 길 중심 문화를, 우리는 땅 중심의 문화를 만들며 마을을 탄생시켰다. 길 중심의 도로명 주소는 촌락중심인 마을 이름을 비롯한 농촌의 공동체마저 파괴시키고 있다.(삼산면 송정마을 전경)

도로명주소가 시행된지 5년째 됐다. 국민의 생활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물류비 절감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도로명주소법 제1조)는 도로명주소가 그 목적한 바처럼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가?
  
마을 갈기갈기 찢어져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후 농촌마을들이 당하는 폐해는 실로 크다. 
해남군에는 514개 마을이 있는데 도로명주소로 인해 2개 대로, 37개 로, 640개 길 등 700여 개의 도로명이 생겼다. 그런데 도로명은 마을당 평균 4개씩이다. 실예로 해남군 마산면 장성리 도로명은 공룡대로, 명량로, 마산길, 장성길, 용전길, 신하길, 봉황길, 응달길 등 8개다. 멀쩡한 마을이 주소상 8개로 쪼개진 것이다.
대로나 로에 연접한 마을들은 더 심각하다. 로는 대게 1~2개 읍면까지 이어져 10여 개 이상 마을들이 한 00로라는 도로명을 쓴다. 마산면과 산이면을 관통하는 산이로가 대표적이다. 대로는 4~5개 읍면까지 이어져 50개 이상 마을들이 한 00대로라는 도로명을 쓴다. 강진군 성전면에서 문내면까지 51km 이어진 공룡대로가 그 예다. 목포시에서 나주시까지 이어진 국도 1호선 69km 구간은 영산로로, 국도 2호선인 목포시에서 순천시까지 113km 구간은 녹색로로 돼 있다. 도로명이 4~6개 시군 마을들과 공유되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들 도로명은 마을을 가리키는 고유명과 무관한 것이 많고, 주민들조차 뜻 모를 지명들도 적지 않다. 

전통문화·유대구조 파괴

농촌지역은 마을공동체를 근간으로 전통문화가 발달돼 있다. 농업 생산문화, 상호부조, 공동기원, 놀이문화도 마을공동체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도로명주소의 출현으로 주민들 유대구조가 훼손돼 전통문화 토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명주소는 출향인들을 고향 잃은 미아로 만들고 있다. 고향은 태어난 마을(공간)과 그 공간 속 자연과 사람들이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는 상호 유대관계를 이어줄 마을경계와 공간구조를 파괴시키고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사실상 고향을 소멸시켜 버린다.

마을공동체는 세계적 자산

유목민문화가 기초를 이룬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미작중심의 촌락문화가 발달됐다. 유목민은 길 중심 문화를, 우리는 땅 중심의 문화를 이룬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수 백년의 전통을 가진 마을들이 태반이다. 
사람들이 수 백년 동안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상호 협력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조공동체를 이뤘다. 이런 전통적 공동체는 생산과 놀이가 한통이 되는 고유한 마을 전통문화를 발전시켰고, 자치와 나눔과 참여의 원천이 되었다. 남한만 해도 전통마을 수가 3만 개에 이른 것은 문화종다양성을 으뜸가치로 여기는 21세기에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고실업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자살율이 높아가고 사회적 행복감이 떨어져 가고 있다. 성장과 일자리가, 성장과 행복이 반비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공동체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거버넌스와 시민사회 성장의 초석으로,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온상으로, 나눔과 커뮤니티 케어를 촉진시키는 따뜻한 복지의 터전으로, 자치와 참여민주주의 학습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농업의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포함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농촌가치의 으뜸원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재생 동력된 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사회활력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정책과 운동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농촌마을은 도시와 농촌이 공유하는 어메니티 공간으로, 도시마을은 삶의 질 중심의 경제, 복지, 문화의 터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연간 수 조원의 공공재원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투여되고 있다. 2015년 기준 농촌마을 가꾸기 사업들은 살펴보면 문화 역사마을, 마을공동체 기업, 전원마을, 농촌마을 종합개발, 녹색농촌 체험마을, 전통 테마마을, 농촌 건강 장수마을, 산촌종합개발사업, 어촌 체험마을, 자연생태마을, 으뜸마을 가꾸기, 소도읍 육성사업,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오지종합개발 등이 있다.
일본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1989년 범정부적인 고향창생운동을 벌였는데 이 중심사업은 마을 가꾸기(마찌쭈끄리)였다. 일본은 최근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범정부적 지역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마을, 사람, 일자리 창생을 근간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살리기가 초점을 이룬다.  

중앙집권시대 대표적 적폐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5년이 지났다. 시대추세가 지방분권시대로 흐르고 있는데도 중앙정부는 도로명주소를 시대를 역행해 추진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도로명주소가 일제잔재 청산의 기회이자 선진화를 위한 통과의례인냥 했다. 서구쪽 시각만 생각했지 우리란 주체와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도로명주소가 전통지명과 마을공동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데도 지역과 주민들 의사를 수렴하지 않았다. 이는 지역사회 기초공동체를 침해하고, 지역민의 문화향유권을 유린한 중앙집권시대 적폐로 기록될 것이다.

도로명주소, 문화적 재앙

유목민문화는 도로를 중심으로 발달되었지만 미작중심 농경문화를 이어온 우리는 땅과 마을을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됐다. 그 결과 3만개가 넘은 알토란 같은 마을공동체를 이뤘다. 우리는 21세기 큰 자산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일방의 도로명주소는 우리의 5천년 자산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전통적 유대범위를 도로명이란 미명으로 갈갈이 찢어 버렸다. 마을이란 공동체 토위 위에 이루어진 상호부조와 협력, 마을공공의 참여민주주의와 전통문화 토대를 침해하는 것은 문화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마을은 사회재생의 밑거름
 
비수도권 지역들이 지역소멸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지역소멸이 비수도권 농어촌지역에 국한되는 듯 했지만 지금은 지방대도시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초생활권인 마을이 소멸되면 중소도시가 소멸되고, 급기야 지역대도시까지 소멸되는 소멸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본이 이런 사회악순환을 막기 위해 범정부적인 지역재생 정책을 벌이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8년 전부터 ‘고향창생운동’을 벌여왔고, 최근에는 ‘마을, 사람, 일자리 창생’이란 시즌2 정책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마을은 지역재생의 동인이고, 사회재생의 밑거름이다. 따라서 마을의 토대를 말살시키는 도로명주소는 폐지돼야 한다. 
       
도로명주소 폐기운동 절실

‘도로명주소가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 한다’며 지난 2013년 사회인사 61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 기간이 합당치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렇다고 도로명주소가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2013년 헌법소원을 한 인사들은 주로 대도시 동주소 소멸에 따른 문화향유권 침해를 들었다. 그러나 도로명주소가 전국 소지역 마을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도로명주소가 마을공동체를 침해하는 문제는 사회적 문제다. 때문에 이제는 문화적 문제에다 사회적 문제를 덧붙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로명주소법 폐기를 위해 제소, 청원, 홍보 등 다각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 지역의 각계 세력을 규합해 사회적 이슈화시키고 더불어 지역의 자주성을 살리기 위한 문화분권 의제운동을 벌여야 한다. 각 지역별 고유지명 보전운동을 벌이고, 지역문화재 환수운동 등 지역사회 문화분권운동을 벌여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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