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메~ 우리 새끼 나왔네

 

“전교생이 몇 명이예요?” 
“열네 명이예요” 방송국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다시 유미에게 물어봅니다,
“교실에서 몇 명이 공부하세요?”
“2명이요.”
유미의 대답에 다시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방송국 견학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KBS 방송작가와 연결이 되어 2004년 1월 27일에 녹화되는 제530회 열린 음악회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섬 아이들을 만났던 첫날, 이 아이들에게 견문을 넓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간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3박 4일의 서울 나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금강산 나들이, 가수 예민과 함께하는 섬마을 음악회, 지역사회 단체의 도움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봄이 오면 집에서 가까운 육지 학교로 나갈 계획을 세웠기에 아마 이번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선물일 것입니다.
겨울방학 중인데도 방송 출연 준비를 위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사전교육을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섰을 때의 태도, 또렷하게 대답하는 연습, 목소리의 크기 등을 일일이 수정해 주고 열린 음악회에서 부를 ‘섬 집 아기’ 노래 연습을 충분히 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날은 황수경 아나운서와 소냐, 신효범, 김종환, 왁스, 유리상자, 현철 등의 가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슴을 부풀려 놓았습니다.
출연 당일 아침 일찍 방송국에서 리무진 관광버스를 보내 주었습니다. 
“선생님 저것이 우리가 탈 차예요?”
“차가 무지하게 높네요. 좋~네. 내가 앞에 탄다이”  
방송국에 도착한 후 KBS 홀에서 간단한 리허설을 했습니다. 방송 콘티(촬영대본)에 따라 아나운서가 물어볼 말을 가르쳐 주고 대답할 아이를 정하고 서는 위치도 정해 주었습니다.
아이들 모습을 보니 떨리거나 막힘이 없습니다. 
“선생님, 섬 아이들인지라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이 야무지네요.” 방송 작가도 내심으론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녹화 방송을 했습니다. 채 7시가 되기도 전에 방송국 홀은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출연 순서가 되었습니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조금 전 연습 때와는 약간 다른 내용들을 물어왔지만 아이들은 실수하거나 막힘이 없이 대답을 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연습해 왔던 ‘섬 집 아기’를 유리상자, 왁스, 울바우 합창단과 함께 불렀습니다.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아이들이 차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온통 방송 출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철아, 너 진짜로 안 떨리디?”
“응, 하나도 안 떨렸어.”
“나는야 째끔 떨리던데.”
어란에 느즈막히 도착했습니다. 바다가 조용합니다. 어란 선착장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참말로 수고했소이~” 
 2월1일, 저녁 6시에 방송된 열린 음악회를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모여 시청했습니다.
“옴메, 우리 새끼 나왔네~”
“느그들 출세했다야. 말도 무지하게 똑똑하게 잘했구만.”
TV 시청을 하면서도 이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서운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아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이들과 정이 들 대로 들었습니다. 
                                                                                
2004. 02. 05. 어불 분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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