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천혜숙씨 노년의 사랑
아내 고향인 해남서 5년의 삶

▲ 천혜숙씨는 왼손에 지팡이를, 오른쪽은 남편의 부축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5년째 해남에 거주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도 저들처럼 나이 듬에 인색하지 않고 부부간에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시종(70)·천혜숙(64)씨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부부는 해남군장애인복지관과 5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부인 천혜숙씨가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아내가 쓰러졌을 때 남편은 슬하의 자녀 1남1녀를 앉혀 두고  “너희 엄마가 이렇게 쓰러져 우리 곁을 떠나는 건 너무 억울한 것 아니냐”며 눈물을 감추며 말했다.
남편은 이때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결혼생활 40여년. 먹고 살기 위해 선박회사에 납품업을 하며 살았다. 
억척같은 삶에 목을 내놓고 살아야 했던 그 때,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말하는 달달한 사랑은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미처 사랑이라는 말을 부인에게 전하지 못했다. 
쓰러진 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며 반쪽이 사라지는 느낌. 그것이 현실이라는 중압감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다만 아내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면, 병이 호전될까 하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곳이 해남이었다. 해남은 아내의 고향이다. 
아내는 왼손에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은 남편의 부축을 받는다. 절뚝절뚝, 아주 천천히 걷는 걸음, 그 보폭에 맞춰 남편도 걷는다. 
이들 부부는 해남군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한다.
또 ‘18회 동백문학제’에서 함께 시낭송을 했다. 시 낭송이 조금 떨려도 삶과 죽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승자였고, 살아가기 때문에 책을 좋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이 여러 말보다 값졌다.
해남읍 안동리에 터를 잡은 부부는 해남군장애인복지관이라는 낯선 이름도 여기 와서 만났다.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과는 정말로 거리가 먼 어느 공간이라 느꼈다. 하지만 복지관과 인연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러한 공간이 아님도 깨달았다.
장애와 비장애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덧없었다. 세월에 명도 깊어지는 색처럼, 복지관은 신발축이 닳게 드나들수록 오히려 새로웠다. ‘아,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것은 활동보조원들의 눈빛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부부는 절벽에서 다시 온전한 삶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성들을 장애인복지관에서 체감했으면 한단다.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의 얽힘 속에서 정을 나눌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여기 있음을 함께 느끼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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