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와 함께 사라지는 동상들
한데 모아 추억의 공간 만들자 

 

 제주도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 기억나시죠?
추억의 초등학교 교실이 재현돼 있고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초등교과서와 교복, 양철 도시락 등 추억이 모락모락 나오는 전시공간입니다.
당시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반드시 찾는 공간이자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부모의 추억을 소환해 공유하는 곳입니다.

 

 해남에도 초등학교 추억을 소환할 상징물이 있습니다. 모든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던 동상들입니다.
문을 상징하는 세종대왕, 무를 상징하는 이순신 동상은 빼 놓을 수 없는 동상입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동상과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동상, 체력은 국력이란 동상은 소년이 성화를 들고 뛰는 모습이고 독서는 마음의 양식 동상은 이국적인 소녀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입니다. 체력과 정신이 조화롭게 성장해야 함을 의미하는 동상입니다. 

 

초등학교 교정의 동상은 유신정권 때 탄생합니다. 유신시절의 통치이데올로기는 반공이었습니다.
반공하면 생각나는 동상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는 이승복입니다. 이승복 동상은 모든 학교의 교정에 서 있었습니다. 효자 정재수 동상도 있습니다. 경북 상주시 사산초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정재수는 아버지와 함께 12㎞ 떨어진 충북 옥천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가다 폭설에 쓰러진 아버지에게 자신의 옷을 덮어 주고 함께 하늘나라로 떠난 효자였습니다. 
유관순도 있습니다. 프랑스에 잔다르크가 있다면 조선에는 유관순이 있었지요. 신사임당도 있습니다. 유형이 서로 다른 두 여성을 통해 충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현모양처라는 여성의 본분을 일깨우던 동상입니다. 
유신시절엔 이승복을 통해 반공이데올로기를, 성웅 이순신을 통해 문보다는 무의 우월성을 나타내려 했습니다.

 

학교 교정에도 이승복, 웅변의 주제도 이승복, 교과서에도 이승복, 온통 이승복이었지요. 한 아이를 놓고 온 국민을 이토록 반공으로 무장시켜버린 예가 동서고금에 또 있을까요? 대단한 통치이데올로기입니다. 또 이순신은 인간이 아닌 성웅으로 미화시켰습니다. 이순신 관련 영웅전집과 영화 등에 수시로 등장한 이순신은 항상 성웅이었습니다.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 군인 이순신이었습니다. 

▲ 행촌미술관과 이수정 작가, 사진촬영 작가가 삼산초등학교에서 진행했던 동상에 왕관 씌워주기 프로젝트.

 모든 학교에 동물상도 있었습니다. 동물원에 가본 적도 없는 아이들에게 밀림의 숱한 동물들은 상상을 자극했지요. 교정에 서 있는 동물들은 주로 사자와 코끼리, 기린, 표범 등 타잔에서 나온 동물들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서 있던 동상들은 70년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상징물입니다. 획일성이 요구된 시대에 만든 동상이라 모든 학교의 동상이 다 똑같습니다.
그러나 추억의 상징물입니다. 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동상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학교에선 이러한 동상들은 더 이상 세우지 않습니다.

▲ 북평 영전초등학교 이승복 동상(위 왼쪽)과 폐교된 우수영초등학교 동상들.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던 동상들도 관광 상품이자 문화자산이라는 공유의식이 필요합니다.
폐교에 버려지고 있는 동상들을 한데 모아 폐교된 곳에 추억의 동상동산을 만든다면?
커다란 예산이 들어가진 않을 것입니다. 관광이란 느낌입니다. 기억과의 공유입니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른다면 초등학교 동상들도 귀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