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 머문 도솔암에서 
달마대사 그리는 윤보현씨

 

 9년 동안 면벽수행(面壁修行)했던 달마대사, 신발 한 짝만 신고 그는 어디로 갔을까.
동국여지승람에는 '달마대사의 법신이 늘 상주하는 곳'이 달마산이라 적고 있다. 달마대사가 기거했던 달마산에 달마고도가 탄생했다. 달마대사에 이어 수천년 동안 구도자들이 걸었던 수행의 길이 달마고도이다. 달마고도 정상에 너무도 극적인 도솔암이 있다. 제비집처럼 바위틈에 아슬아슬 걸쳐 있는 도솔암은 달마대사의 법신이 머문 곳이다. 
이러한 도솔암에 한명의 처사가 머물게 된다. 도솔암 주지인 법조스님의 권유로 머물게 된 사찰생활이다.

▲ 달마대사의 법신이 머물고 있는 달마산 도솔암에서 만나는 윤보현씨의 달마도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처사는 그림을 배워본지도, 그려본 적도 없다.
고적한 절 생활을 달래보고자 기왓장에 달마를 그렸고 그 달마도를 보물찾기 하듯 바위틈에 살짝 놓아놨더니 여행객들이 누가 그렸냐고 자꾸 물어왔다. 
산 정상 바위틈에서 보는 기왓장 그림이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저 소일거리로 기왓장에도 그려보고 종이에도 그려봤다. 그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달마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달마그림을 보는 횟수도 늘어났다. 
처사의 달마그림을 본 법조 주지스님이 본격적으로 달마도를 그려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처사는 사양했다. 그림을 전공하지도 않은데다 불심이 얕은 몸으로 달마대사를 그린다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주지스님은 마음을 다스리는 차원에서 그려보라 또 권하며 달마대사의 법신이 머문 곳에 인연이 맺어졌고 이곳에서 달마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인연임을 거듭 강조했다. 
주지스님의 권유와 격려에 용기를 얻은 처사는 본격적으로 달마를 그리기 시작했다. 불심이 얕은 죄스러움을 달래고자 붓을 들기 전엔 반드시 법당에 들러 기도를 드렸다.  
그가 기왓장에 그린 달마도는 도솔암을 찾은 여행객들의 좋은 사진물이 됐다. 또 한지에 그린 달마도는 이곳을 찾아온 이들의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처사는 2016년 10월에 도솔암에 왔다. 도솔암은 그에게 정신적인 위안과 함께 심미안을 안겨줬다. 그래서 그의 달마도에는 반드시 도솔암이 그려져 있다. 또 달마의 눈썹은 세 번의 붓 꺾음으로 처리한다. 이는 삼보(三寶)의 의미인 불법승(佛法僧)을 상징하는 것으로 달마대사에 대한 헌정 차원이다. 또 일광(日光)달마와 월광(月光)달마 등 자신만의 달마를 찾으며 이를 화폭에 담고 있다.
처사의 달마도는 채색이 강하다. 빨강과 노랑 등 원색이지만 굉장히 색이 맑다. 적절한 공간처리와 낙관의 위치, 그림을 배우지 못했지만 타고난 감각이다.
처사의 달마도는 입소문을 타 구하려는 이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그러나 처사는 필요한 이들에게만 달마도를 건넨다. 그에게 있어 달마도는 그림을 넘어 불심이고 성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달마도는 기를 주는 신령한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그도 달마도는 인간에게 이로운 그림이여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붓을 잡기 전 법당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도, 붓을 잡을 때 마음속 깊이 불법승을 외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처사는 달마산 정상에 자리한 도솔암, 그것도 달마대사의 법신이 항상 함께 하는 곳에서 달마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인연이자 행복이다며 달마를 그리는 것은 어쩜, 자신을 찾아나서는 길이자 치유의 과정이다고 말했다.
도솔암은 달마산 둘레길인 달마고도 코스 중 하나다. 송지면 마봉리에서 달마산 중계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산 정상 오솔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도솔암이 위치한다. 또 북평면 금산마을 저수지를 끼고 오르면 편백숲이 자리하고 그 사이에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도솔암으로 연결된 달마고도와 만난다.

 

 그러나 달마산 중계탑에서 산 정상에 놓인 오솔길을 선택하면 웅장한 달마산의 암봉을 볼 수 있다. 또 암봉 사이로 펼쳐진 땅끝바다와 들녘, 촌락 등을 관망할 수 있다.
달마고도는 호미와 곡괭이로 만든 길이다. 달마대사가 걸었고 숱한 수행자들이 걸었던 길이라 구도자처럼 인간의 손으로만 다진 길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차가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도솔암을 찾는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듯한 곳에 위치한 도솔암은 전경이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고 있다. 
달마대사가 기거한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달마산, 달마대사가 걸었다 해서 이름 지어진 달마고도, 달마산 정상에 위치한 도솔암에서 달마도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여정이자 색다름이다.
도솔암에서 달마도를 그리고 있는 이는 윤보현(56)씨이다. 윤 씨는 2016년 10월 도솔암과 인연을 맺은 후부터 달마를 그리고 있다.

 

 한편 달마대사는 남인도 출신으로 6세기 경 중국에 와 선종을 창시한 이다. 선종이란 마음만 잘 다스리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달마도가 유행한 것은 뛰어난 학식이 없더라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달마대사의 가르침을 그림을 통해 되새기고자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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