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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세 갑 남았어! 이것 팔면 점방 문 닫아
박영자 기자  |  hpak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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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7  1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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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솔찬히 아수운 담배집

   
 

 “담배 3갑 남았어, 이것 팔면 점방 문 닫아”
산이면 구성리 동네 한복판에 있는 점방, 한옥 그 자체가 점방인 이곳은 95세 박길순 할머니가 운영하는 이름 없는 점방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며  ‘솔찬히 아수운 담배집’이다. 
집집마다 자동차가 생기고 교통이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갑자기 담배갑이 비게 되면 정신적 공황이 오는 것은 애연가라면 모두 알 터. 그래서 할머니집 담배는 없으면 ‘솔찬히 아수운 담배집’이다.
60여년 간 할머니와 함께 한 점방이 문을 닫는다. 그것도 남은 담배 3갑이 다 팔리는 날이 이 점방이 문을 닫는 날이다. 

   
 

 이 점방의 담배는 에세프라임, 에세순, 디스플러스 딱 3종류만 취급한다. 동네에 애연가가 딱 세 사람인데 다들 종류가 다른 담배를 찾기 때문이다. 
예전에만 해도 동네에 애연가들이 많아 일주일이면 10보루의 담배가 팔렸다. 그런데 애연가들도 줄어든 데다 전매청에 담배 값을 선불로 줘야하고 그것도 농협까지 가서 계좌로 보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할머니 점방에는 3갑의 담배를 비롯해 화장지 1통, 슈퍼타이 2통, 콩기름과 식초, 고무장갑이 남아있다. 문을 닫기 전에 모두 팔려야 하는데 자리를 비우기 싫은 듯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도 할머니는 담배 3갑만 팔리면 남은 물건을 집에서 쓰던지 이웃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한다.
할머니 집에는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점방뿐 아니라 안방도 농촌 할머니 집 모습 그대로이다.

   
 

 3남1녀의 결혼식 사진부터 손자들의 돌 사진, 카네이션, 할머니 사진 등 시간이 멈춘 공간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루에 있는 시계는 멈춘지 오래다. 
50년 간 숱한 동전과 지폐가 오갔을 금고도 녹이 슬었다. 할머니의 삶처럼 세월에 몸을 맡긴 채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집 안방과 점방 사이 문엔 조그만 유리가 창호지를 대신하고 있다. 할머니 말처럼 누워서도 앉아서도 점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이란다.

   
 

 50여 년 동안 동네사람들과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점방, 그러나 지금은 찾아오는 이 없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가장 그리운 것도 사람이다. 누구든 찾아오면 볕이 들어오는 토방에 앉아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할머니, 95세 나이지만 마당 텃밭에 배추를 심어 30포기 김장도 직접 해 교회도, 마을회관도 가져갔다. 다들 김치 맛이 좋다고 말했다는 할머니는 내가 만든 김치가 진짜 맛이라며 2018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찾아오는 이 없는 이름 없는 마을점방, 할머니는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니 한복을 입어야 예의다며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한복을 꺼내 어여삐 단장하고 촬영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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