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실로 변모한
송지 서정리 경로당

▲ 송지면 서정마을 할머니들이 마을경로당에서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

 “선상님, 내가 그린 바지는 어째 반바지가 돼 부렀단 말이요?” 조용하던 탁자위로 와르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미황사 아래 위치한 송지면 서정마을 경로당,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할머니들의 한글공부가 한창이다. 
공부를 시작한지 닷새째인 오늘은 ‘ㅂ’을 배우는 날. ‘ㅂ’이 들어간 낱말을 찾아 색칠을 하면 바지그림이 완성되는 학습지를 풀던 할머니들이 바지는 안 그려지고 반바지가 되고, 치마가 돼버린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서정마을 한글교실은 해남군의 늘찬배달 일환으로 이번 달부터 시작됐다. 
늘찬배달은 10명 이상의 주민이 신청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강사가 파견된다. 새해 한글교실은 마을 노인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참여자는 마을의 70~80대 어르신들. 73세 막내 장옥심 할머니부터 설 쇠면 90세가 된다는 최고령 정상엽 할머니까지 12명이 한 반이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 바빠 글자 배울 틈이 없었제”, “간신히 읽을 줄만 알제 연필잡고 써보는 것은 첨이여”, “재미진 공부 하느라 올해는 농사도 못 지을 판이여” 특히 집에서도 연필을 놓지 않고 ‘열공’ 중인 정 할머니의 모습을 손주 며느리가 사진 찍어 SNS에 올렸다는 사연까지 공부를 시작한 후 어르신들의 일상에도 활기가 넘친다. 
한글교실은 일주일에 두 차례 12회 차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ㅎ’까지 배우면 간단한 단어는 읽고 쓸 수 있는 한글 기초가 마무리 된다. 
한글을 지도하고 있는 김미향 강사는 “수업이 10시부터인데 9시부터 기다리시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높다”며 “여느 학생들 못지않은 진지한 할머니들의 모습에 가족들의 응원도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달여간 열리는 상반기 늘찬배달이 끝나면 하반기에는 글쓰기까지 공부하겠노라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는 어르신들. 새해, 땅끝마을 할머니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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