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이 호소합니다
난 단순한 산이 아니라고 

▲ 달마산 자락은 태양광 때문에 기계톱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북평면 서홍리 달마산 자락에 들어선 태양광)

 전 단순히 산이 아닙니다.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던 추사 김정희도, 완도 신지도로 유배 갔던 원교 이광사도 제 허리를 지나가며 눈물을 흘렸지요.
1909년 한말 마지막 의병들을 품었던 것도 저입니다. 그들은 나를 은신처로 삼았고 1930년대 항일운동조직인 전남운동협의회도 내 품안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의 죽음에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의 피눈물을 보았지요. 그때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토사곽란으로 쓰러졌던 이순신 장군은 제 허리에서 발원한 이진샘물을 마시고 낫기도 했지요. 
그런데 제 허리가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제 허리는 무척 사랑을 받았지요. 북일에서 북평면 방향에서 바라보는 제 허리는 제가 봐도 예쁩니다. 특히 해남의 위대한 역사와 아픔을 같이한 허리이기에 더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예쁜 허리에 숱한 생체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제 옆 친구인 주작산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태양광이 두륜산을 지나 제 허리까지 할퀴기 시작했습니다. 북평면 방향에서부터 송지 마봉리까지 제 허리둘레를 태양광이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은 달마입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제 얼굴이 준수해서인지 사람들은 남도의 금강이라고도 불러요. 그치만 제 정식 이름은 달마대사가 기거할 만한 곳이라고 해서 달마산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알려져 부러움을 샀고 1000년 전에는 이곳에 미황사라는 절도 탄생했습니다. 미황사 탄생 후 숱한 순례자들이 나의 품을 지나 미황사로 향했습니다. 
최근에는 달마고도라는 길을 내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나는 그들을 반기며 조용히 품습니다. 그러나 다른 쪽 허리는 자꾸 아픕니다. 제 허리는 앞으로도 숱한 태양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제 허리에서 기계톱 소리가 납니다. 기계톱 소리에 제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나요?
그런데 이것도 시작에 불과하다니요? 또 그것은 할퀴는 게 아니라 도려내는 것입니다. 
전 발가벗겨져 맨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가 품어야 할 것은 까만 유리가 아닙니다. 초록의 나무와 새들의 노래, 뛰어다니는 산짐승들과 그리고 가장 소중한 지역민들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또 수천 년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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