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평 농사꾼 유근섭씨
바둑, 서예 이어 색소폰

▲ 67세에 색소폰에 도전한 유근섭씨

 “무엇인가 배우고 도전한다는 것은 삶의 활기이자 설렘이다”
설렘이 있는 삶, 그 설렘을 위해 67세에 도전한 것이 색소폰이다.
옥천면 청룡리에서 4만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유근섭(67)씨는 행복을 배움에서 찾는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밝힌 그는 1년 가까이 배우고 있는 색소폰은 악기이기 이전에 재미라고 말했다.
그는 9년 전 나이든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귀향했다. 
광주에서 설비사업에 종사할 때는 서예를 배웠다. 낮에는 설비회사를 운영하고 밤에는 붓을 들었다. 붓을 인연삼아 많은 이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붓으로 옮기는 숱한 명언에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 
13년간 붓을 잡았던 그는 도전에 입선하는 영예도 안았는데 배우던 학원이 문을 닫고 또 귀향하게 되면서 붓을 놓게 됐다. 
그는 바둑도 아마 3단이다. 19세부터 바둑을 뒀던 그는 지금도 컴퓨터를 상대로 바둑을 둔다. 적지 않은 나이 67세, 그런데도 그는 논 3만평에 밭농사 1만평을 짓는다. 9년 전 귀향해서 보니 어릴적 보았던 옥답들이 휴경지로 전락돼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봤던 그는 동네 휴경지들을 개간해 예전의 옥답으로 변화시켰다. 그 모든 일은 혼자서 처리했고 농사도 혼자 짓는다. 그는 농사꾼의 삶이 즐겁다고 말한다. 이유는 농사 도중 논밭 둑에 앉아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바라보는 들녘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온다며 농사는 산수화 속에서 노니는 삶이란다. 힘들다는 생각보단 언제나 긍정적인 삶을 지향하고 주변의 모든 곳에서 낙천성을 찾는 그가 지난해부터 도전한 것이 색소폰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60~70년대 색소폰은 선망이었다. 그때 품었던 선망의 색소폰을 잡게 된 그는 농번기 때를 제외하곤 일주일 2번 해남실용음악학원에서 색소폰을 배운다. 수업은 잠깐 이뤄지지만 그는 밤 12시까지 혼자 연습을 한다. 집에서는 매일아침 30분 내지 1시간 색소폰을 잡는다. 예전에 바둑이 그랬고 서예가 그랬듯 그에게 있어 색소폰은 쉬는 시간이다. 농사 도중 잠깐 쉬어가는 시간, 학창시절 쉬는 시간이 꿀맛이듯 그는 쉼의 시간을 즐긴다. 
그는 나이 들어도 설렐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며 이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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