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동구밖 배웅
상여놀음도 재현
초여름 날씨 같던 지난 22일 현산면 분토리에서는 故이동승(향년 80세)씨의 장례가 전통 풍습인 꽃상여로 진행됐다.
꽃상여는 이미 80년대 후반에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지 오래다. 맏상주인 이선수(축산업, 분토리 거주)씨가 부친을 잘 모시기 위해 상여를 운구하기로 하면서 갑자기 마을이 바빠졌다.
해남에서는 이미 상여를 제작하는 집이 사라진 지 오래라 상여는 영암에서 제작해 와야 했다. 상여소리꾼도 진도에서 초빙해왔다. 문제는 상여꾼들이었다. 이날 장례를 총괄했던 이종현씨는 상여틀에 상여가 묶일 때까지도 상여꾼 10명이 채워지지 않을까 봐 조바심해야 했다. 맏상주의 친구들 위주로 상여꾼이 꾸려졌고, 부족한 숫자는 옆 마을 젊은 사람으로 충원했다.
고인의 부인은 상여를 붙들고 앉아 자녀들의 모든 액운을 다 가져가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고 눈물로 고인과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마을회관 앞에서 발인제가 끝나고 고인의 집 앞에서 상여가 세 번 하직 인사를 올렸다.
마을의 할머니들도 상여 뒤를 따라 동구 밖까지 배웅을 했다. 동구 밖을 나설 때 상여꾼들의 상여놀음이 시작됐다. 상여를 내려놓고 노잣돈을 내라고 상주들과 옥신각신하는 실랑이도 오랜만에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고인인 이동승씨는 축산 외길을 걸어온 이로 해남 한우사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이 미맥 위주의 농사만 짓고 있을 때 한우를 입식해주며 현산면을 한우고장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박태정 기자
5340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