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동구밖 배웅
상여놀음도 재현

▲ 해남한우 선구자인 故이동승씨의 꽃상여가 현산 분토마을 동구 밖을 나서고 있다.

 초여름 날씨 같던 지난 22일 현산면 분토리에서는 故이동승(향년 80세)씨의 장례가 전통 풍습인 꽃상여로 진행됐다. 
꽃상여는 이미 80년대 후반에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지 오래다. 맏상주인 이선수(축산업, 분토리 거주)씨가 부친을 잘 모시기 위해 상여를 운구하기로 하면서 갑자기 마을이 바빠졌다.  
해남에서는 이미 상여를 제작하는 집이 사라진 지 오래라 상여는 영암에서 제작해 와야 했다. 상여소리꾼도 진도에서 초빙해왔다. 문제는 상여꾼들이었다. 이날 장례를 총괄했던 이종현씨는 상여틀에 상여가 묶일 때까지도 상여꾼 10명이 채워지지 않을까 봐 조바심해야 했다. 맏상주의 친구들 위주로 상여꾼이 꾸려졌고, 부족한 숫자는 옆 마을 젊은 사람으로 충원했다. 
고인의 부인은 상여를 붙들고 앉아 자녀들의 모든 액운을 다 가져가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고 눈물로 고인과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마을회관 앞에서 발인제가 끝나고 고인의 집 앞에서 상여가 세 번 하직 인사를 올렸다. 
마을의 할머니들도 상여 뒤를 따라 동구 밖까지 배웅을 했다. 동구 밖을 나설 때 상여꾼들의 상여놀음이 시작됐다. 상여를 내려놓고 노잣돈을 내라고 상주들과 옥신각신하는 실랑이도 오랜만에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고인인 이동승씨는 축산 외길을 걸어온 이로 해남 한우사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이 미맥 위주의 농사만 짓고 있을 때 한우를 입식해주며 현산면을 한우고장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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