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열림원 펴냄

 

 사계의 변주는 이따금 삶의 방향을 잊게 하며,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등과 같은 의미를 묻게 한다. 벌써부터 피로해진 삶의 행로에서, 소로는『월든』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써 단순소박하며 자족적인 삶, 노동하되 노동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이야기한다.
소로는『월든』이 자연과 함께 산 그의 충실한 생활 기록인 동시에,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 무엇인가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독자를 위해 이 작품을 출간했음을 되풀이해 밝힌다. 
작품 해설을 빼더라도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이를테면 올을 굵게 짠 털실로 만든 스웨터처럼 소로가 자연에 품는 애증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재력이나 학력이 아닌 오직 자신의 삶에 국한해 ‘나’에게로 향해 있다. 
『월든』을 통해 아직도 자신의 내부에 틔움을 하고 있는 떡잎을 자세히 관찰하기를 권한다. 그러다 텅 빈 공중을 바라보듯 멍하게 집 앞 담장이나 길목에 핀 풀꽃을 바라봤을 때 기대하지 않은 답들이 술술 들려올지 모르겠다. 책에서 소로의 고독은 결코 외롭거나, 현학적으로 추상적이지도 않다. 어쩌면 무식하다 할 정도로 ‘삶’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루를 따분함이나 헛됨이 아니라, 소로의 월든 호숫가처럼 이미 우리 주변에는 자연의 생과 더불어 즐길만한 장소가 있다. 먼 곳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담벼락에서 움트는 생, 대문에서 틔우는 소리, 주택가 골목 사이마다 퍼지는 향기가 미리 우리가 자고 있는 방의 창문턱을 넘어와 있다. 소로의 가르침은 자연이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는 단 한 줄의 문장이다. 넌 모르고 있었냐가 아니라, 잘 듣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책의 문장에 있다. 그것은 치밀하면서도 자세히 관찰한 사람, 그리고 삶과 동행한 사람의 몸에 밴 문장이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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