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은 매년 다양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0여 건의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그렇다면 그동안 해남군에서 실시한 각종 용역의 결과가 해남군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쉽게도 그에 대한 해남군의 데이터는 없다. 용역이 용역으로 끝난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이다. 특히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이전에 발주한 용역을 한낱 종잇장으로 전락시키는 일이 너무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 
해남군은 최근 1년 사이 어촌뉴딜사업과 땅끝관광개발 종합계획수립, 출산양육지원센터 설립 등 10여 건의 용역을 발주 중이며 예산은 총 6억7000만원이다.
여기에 6억5000만원의 용역인 2035군기본계획안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용역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해남군의 용역을 대하는 태도이다.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추진주체는 담당공무원과 부서이고 여기에 부족한 전문성을 더한 것이 용역이다. 
그런데 용역이 도깨비방망이가 된 것처럼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용역에 의존하는 것이 지금의 해남군이다.  
해남군에서 열리는 각종 용역결과 보고회, 오히려 해당부서 공무원들이 용역에 무엇이 빠졌고 부실하다고 질의한다. 용역결과는 해당부서가 이렇게 사업을 하겠다는 사업보고서이다. 그런데 해남군의 모든 용역결과 보고회를 보면 용역업체가 사업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용역업체에 의존하는 용역은 해남군의 실정에 맞는 결과보단 타 지자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된다. 또 계획을 수립한 이는 용역업체이고 사업실행 주체는 해남군이다 보니 계획내용이 수시로 변하고 실현의지도 약하다. 
어떤 업무든 사업 기획과 실행을 통해 업무 역량은 강화되고 그 속에서 인적네트워크도 쌓이게 된다. 그러나 업체에 의존한 용역은 행정의 역량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땅끝순례문학관과 명량해전전시관, 미로공원, 고천암생태공원 등이 모두 이렇게 탄생했다. 해남에만 있는 것, 해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해남다운 것을 찾아야 할 사업이 용역업체에 의존하다 보니 개성 없는 시설물에 문화정책만 반복되는 것이다.   
용역에 의존하는 행정은 쉬운 길을 선택하는 공직문화마저 양산시키고 있고 전문역량강화의 기회도 스스로 차단시키고 있다. 
또 공무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마저 업체에 의존하는 공직문화도 만들어냈다. 
용역이 정말 필요하다면 먼저 해남군이 그동안 진행한 각종 용역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용역해야 한다. 또 사장된 용역은 무엇인지도 조사해야 한다. 수원시는 결재란에 이 돈이 당신의 돈이라면 이렇게 하겠는가라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너무도 쉽게 의뢰하는 용역, 용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행정, 그리고 용역결과를 너무도 쉽게 내팽개치는 해남군의 용역을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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