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평상 프로젝트도
공예특화 상설 사설미술관 

▲ 담양 보임쉔 미술관의 올해의 주제는 흙이다. 미술관을 찾아온 아이들이 흙으로 다양한 얼굴을 그리며 흙놀이를 하고 있다.

 담양군 대전면 신룡마을은 마을인구 70% 이상이 70대인 고령화 마을이자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농촌마을 가운데 사설미술관인 보임쉔(관장 김현정)이 위치한다. 
2015년에 개관한 보임쉔의 고민은 농촌 노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관을 마을주민들의 삶속으로 밀착시키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곳 미술관을 건립한 정건용·김현정 부부는 미술관 건립 이전부터 이 마을에서 생활을 했다. 주민들과의 관계에 이질감은 없지만 미술관이란 공간은 여전히 농촌마을에서 이질적 공간이었다.
이에 보임쉔은 주민들의 삶속 미술관을 위해 할머니들의 추억의 보따리 전시와 평상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간의 손길이 미친 모든 것은 작품이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소장품도 전시작품이 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 집안에 소중히 간직한 할머니들의 소장품전이다.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것부터 양철도시락, 창고에 있던 대나무함까지, 할머니들의 추억의 소품들이 하나둘 모여 미술관의 전시작품으로 태어났다. 당연히 이날 전시작품의 주인공은 마을 할머니들이었다. 그 작품을 보기 위해 도시의 자녀들도 미술관을 찾았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답게 마을주민 각 집마다 대나무 평상이 있다. 마을이 노령화되면서 평상도 늙어갔다. 이러한 평상을 모두 모아 함께 보수하고 꾸민 것이 평상놀이 프로젝트이다. 전문 공예작가와 대나무 숙련공인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한 평상 프로젝트는 지역자원을 활용한 예술수업이었다. 
완성된 평상들을 모아 마을잔치도 열었다. 또 매년 초복 때면 마을회관에 평상을 모아놓고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기울이는 호사도 누린다.

 보임쉔은 농한기철을 이용해 주민들과 함께 생활공예 만들기 수업을 한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미술관, 따라서 마을주민들은 이곳에서 대나무 선반이랑 숟가락 함 등 생활용품을 제작하고 목에 두를 천연염색도 한다. 또 훼손된 가구들을 가져와 수리도 한다. 그 모든 것이 보임쉔에선 예술 활동이다. 
보임쉔은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흙이다. 미술관을 찾아온 아이들은 흙으로 얼굴을 그리고 황토 흙이 뿌려진 간이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한다. 또 화덕에 피자를 구워 먹으며 흙과 우리생활의 밀접함을 배운다. 흙의 색깔도 다양하다. 아이들이 다양한 흙의 색을 통해 자연의 색을 익히고 흙과 물이 결합했을 때 색의 변화를 느껴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문 강사가 어린이집에 찾아가 흙놀이 하는 수업도 진행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흙과 물은 재료와 장소만 제공해 주면 아이들 스스로 즐길 줄 안다.
보임쉔은 공예특화 미술관이다. 각종 목공예를 제작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구비돼 있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해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기 위한 가족이 주로 찾는다. 주말에 찾아오는 가족들은 전문 예술가의 도움을 받아 도마와 의자, 선반 등을 제작해 가져간다. 맞춤형 목공예는 상시운영되며 유료이다.    
목공예는 고가의 기계장비와 장소가 필요하다. 젊은 작가들에겐 기계구비와 장소는 버거운 일이다. 이에 보임쉔은 신생작가들이 이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의 작가를 매년 발굴해 작품활동부터 전시까지 지원한다.        
조용하기만 한 농촌마을이 미술관으로 인해 생기가 돈다. 주말이면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마을을 찾아오고 어린이집의 유아들이 몰려온다. 부모를 찾아온 객지 자녀들도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는다. 
농촌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미술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은 생기다.
사람들이 찾다 보니 50가구의 농촌마을에 떡집도 개인사무실도 들어섰다. 

▲ 임보라 학예실장

 임보라(36) 학예실장은 보임쉔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면서 조용한 시골마을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마을이 됐다며 모든 변화의 중심은 사람이고 미술관은 변화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작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도 운영하고 있는 보임쉔은 전시회도 수시로 연다. 레지던시 참가 작가들의 전시뿐 아니라 지역작가 전시 그리고 여름방학인 7~8월에는 아이들의 전시와 체험도 열린다. 이곳을 다녀간 아이들의 작품 전시회 때는 아이들이 한 벽면을 자신들의 작품으로 가득 채우는 현장체험도 갖는다. 
보임쉔은 카페를 겸하고 있어 전시관람 및 공예체험에 이어 주말에 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박영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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