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다양한 꽃들의 잔치
환경미화 담당 김규순씨 작품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도심과 들녘의 천연색이 점차 희미해져 가지만 유난히 오색의 색과 푸름을 뿜는 학교가 있다.
현산초등학교(교장 김영순)가 그곳이다.
이 학교에 들어서면 120년 수령의 고고한 소나무와 무지개색으로 꾸며진 학교건물이 먼저 반기는데 학교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다양한 꽃과 수십 여종의 다육식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운동장 구령대에도 오동통한 다육식물이 빼곡히 자리한다. 건물 옆으로는 국화와 코스모스, 또 건물 안으로는 잘 관리된 난초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물 가장자리의 비가 들치지 않는 곳에는 이제 막 뿌리를 내린 다육식물들이 삥 둘러 자라고 건물 뒤편 수생식물 연못에는 백여 마리의 금붕어가 노닐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산초등학교의 풍경은 다른 농촌 학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박규순(68)씨가 현산초로 일터를 잡으면서 하나둘 변화가 시작됐다.
박 씨는 짬 시간을 이용해 다육식물을 키우고 정원을 가꾼다.
학교에는 방문객들이 다녀갈 때마다 선물로 건넨 화분이 수북이 쌓인다. 박 씨는 쓸모없는 화분, 귀가 깨져 나뒹구는 화분 수백 개에 다육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화분이 부족해 교정 텃밭과 공터에도 다육을 키운다.
박 씨는 젊은 시절부터 원예작물에 관심이 많았다. 다육식물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다육을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가꿔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풍경도 달라졌다.
박 씨의 정성에 아이들과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변화를 보였다. 교실 창가에는 아이들의 이름표가 꼽힌 다육식물이 자리기 시작했고, 손님들도 다육식물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는 다육식물을 기르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언제든 화분을 선물로 건넨다. 정성껏 기른 식물이지만 누군가가 보고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철학으로 아낌없이 건네고 또 건넨다.
수백 종의 다육과 꽃나무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모든 화분을 학교 자투리 공간으로 옮겨 분갈이와 가지치기를 끝내고, 봄이 되면 볕이 좋은 외부로 화분을 옮긴다.
한 번은 방학 중 학교가 쉬면서 선물로 받은 난초들이 시들었는데 박 씨의 정성으로 생기를 회복했다. 이런 정성으로 현산초는 가을이 한참 지나서도 많은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김영순 교장은 “학교 아이들이 식물 속에서 생활하기에 정서적 안정감에 큰 도움이 된다”며, “환경미화 업무도 많은데 잠시도 쉴 틈 없이 식물을 가꾸는 것을 보면 그 정성이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