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리 작곡가 악보전
11월1일부터 행촌미술관

▲ 한보리 작곡가가 손으로 써내려간 악보전시회를 위해 이마도레지던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악보, 악보 전시회가 해남에서 처음 선보인다.
컴퓨터로 정갈하게 그려진 오선지가 아닌 손으로 직접 쓴 감성이 묻어있는 악보이다.
하루에 1곡, 평생 5,000곡 이상을 써 내려간 작곡가 한보리(62)씨의 악보 전시회.
4년 전 해남으로 귀촌해 문내면 이마도 레지던스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시인이자 작곡가, 건축가이다.
그가 손으로 써 내려간 악보는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술과 음악의 경계가 무너진 요즘, 한보리 작곡가는 10년 전, 악보 전시회를 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준비는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평면 종이에 담겨진 단순한 기호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초고악보를 통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악상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른다.
한보리 작곡가는 악상이 떠오르면 손에 잡히는 필기가 가능한 모든 것에 악상을 그려왔다. 그것이 담뱃갑일 때도 있고 벽지일 때도 있다. 따라서 그의 악보에는 당시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으로 작업한 악보는 정형화된 12줄 오선지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악보에선 느낄 수 없는 선율이 있다.
악보는 음악을 위한 기호이지만 초고 악보에는 기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작곡 당시의 작곡가의 색깔, 냄새, 속도, 감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음악은 소리이다. 그러나 악보는 그림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양식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지 2~3장을 겹쳐 작업한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악상의 이미지나 글자를 먹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한지를 겹치고 또 악보를 써 내려가는 방식인데 이는 악상과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작업이다.
한보리 작곡가는 해남에 머물며 고정희 시인과 김경윤 시인의 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보리 작곡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검정색이 가지는 힘과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먹에 번짐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수십 가지가 있다. 다양한 펜과 펜촉, 붓 등 필기구마다 가지는 검정의 깊이에 매시간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한보리 작곡가의 ‘땅끝자유 그리고 노래전’은 오전 11월8일~12월 8일까지 한 달간 해남종합병원 내 행촌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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